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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박근혜 옥중정치와 와각지쟁 /황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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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2-10 19:19:0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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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한 종편채널에 유영하 변호사가 출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허락을 받은 첫 번째 방송 출연이었다. 그는 옥중의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접견한다는 인물이다. 자신이 박 전 대통령의 메신저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유 변호사가 전달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한마디로 ‘옥중정치의 개시’다. 이는 전당대회를 앞둔 자유한국당을 흔든 것이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퇴전의 항전 의지를 밝히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무죄를 믿고 지지와 성원을 보내는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에 대한 감사와 애잔함도 함께 전달했다.

전당대회를 앞둔 한국당은 설 연휴를 지내면서 ‘1강-2중-5약’의 구도가 형성됐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앞서 나가는 가운데 오세훈 홍준표 두 대권주자가 뒤쫓는 형국이다. 황 전 총리는 친박근혜계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켰던 홍준표 전 대표는 최근 ‘박근혜 석방론’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박근혜 극복론’을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 개시’로 한국당은 새로운 도전과 극복과제를 안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황교안 전 총리를 시쳇말로 ‘디스’했다. 2015년 유승민 의원을 두고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홍 전 대표를 향해서는 ‘나를 출당시켰던 네가 감히’라는 레이저 광선을 쏘는 것 같다. 오세훈 전 시장은 아예 논외다.

한국당은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했다. 8개월에 걸친 비대위의 시기를 거쳐 이제 막 정상궤도에 진입하려는 참이다. 그런데 이제 또다시 박 전 대통령을 경계선으로 피아(彼我)가 나뉠 지경이다. 역사의 긴 눈으로 보면 부질 없는 이유로 밑도 끝도 없는 와각지쟁(蝸角之爭)이 벌어질 판이다. 달팽이의 두 뿔 사이에서 10만 대군이 전쟁을 벌이듯이 말이다.

시곗바늘을 4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5년 유승민 의원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한마디로 촉발된 보수우파의 자중지란은 목불인견이었다. 집권자의 독선과 아집, 추종자의 맹종과 과잉충성, 반대파의 몽니와 깽판, 이를 봐야 했던 국민은 혀를 두르고 학을 뗐다. 결국 당시 집권세력 내부의 아귀다툼은 2016년 총선의 패배로 귀결됐다.

다시 2년여 전으로 가보자. 2016년 10월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을 때 어떠했는가. 집권자는 무기력하게 밀렸고, 그간 단물을 빨던 자들은 모두 흩여져 버렸다. 무능과 기회주의 그리고 비굴함이 난무했다. 국민은 모욕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정마저 다 떨어져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지금 박 전 대통령은 자신 덕분에 총리와 장관이 됐던 사람, 자신의 그림자에 힘입어 의원 배지를 달았던 인물들에게 무한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것 같다.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라 했다. 무릇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뜻이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바칠 측근이 없다면 그게 측근 탓인가, 아니면 주군의 부덕함의 소치인가.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3분의 1 정도 지나면서 그동안 ‘적폐몰이’에 이리저리 몰려야 했던 보수우파에게 소생의 틈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일로 또다시 과거의 당내 계파싸움이 재연된다면 그동안 숨죽이고 살았던 그 시간은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 개시’는 또하나의 도전이다.

지나간 모든 것은 서막에 불과하다. 셰익스피어의 말이다. 그렇다.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 과거의 잘못을 처절하게 자성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세워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 개시’는 보수우파에겐 극복의 과제다.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 새로운 지향점을 설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늪에 갇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보수우파는 자신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에 섰다. 어느 길로 갈지는 오롯이 그들의 몫이고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그들의 몫이다.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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