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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새로운 ‘중국 활용법’이 필요한 시점 /양평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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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2-11 19:59:4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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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계를 기준으로 지난해 한중 교역액은 3150억 달러였다. 세계 교역사에서 양자 간 교역이 3000억 달러를 넘어선 사례는 6건에 불과하다.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중국, 미국·캐나다, 미국·멕시코, 중국·홍콩, 중국·일본, 그리고 한국·중국의 교역이다.

짧은 기간에 한중 무역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보완적 협력자 관계를 기반으로 중국의 부상을 잘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즉, 글로벌 산업 가치사슬에서 중국의 노동력 시장과 한국의 기술·자본이 결합해 상호 보완적인 수직적 분업구조를 유지한 때문이다. 한중 FTA라는 제도적 플랫폼도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경제대국에서 경제강국으로 변모하면서 양국 관계가 보완적 협력자에서 경쟁적 협력자로 바뀌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제조대국(세계공장)에서 제조강국, 기술강국으로 전환 중이다. 전통 제조업에서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던 중국이 ‘중국제조 2025’와 ‘인터넷 플러스(+)’ 전략으로 대표되는 제조업 하이테크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7년 중국은 세계 2위의 연구개발(R&D) 투자국인 동시에 국제특허 출원국이었다. 2020년에는 두 분야에서 모두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경영 월간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 120개 중국기업이, 세계 시가총액 500대 기업 중 44개 중국기업이 포함돼 있다.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BAT)로 대표되는 중국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이 전 세계의 전자상거래, 공유경제, 차세대 통신(5G)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중국이 제조와 기술강국으로 변함에 따라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중간재에 대한 수입대체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대중 수출경쟁력이 하락하고 글로벌 가치사슬 내 역학관계가 변화하면서 한중 경제협력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과거 싼자이(짝퉁) 국가에서 제조 강국, 기술 강국, R&D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전통산업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빠르게 축소되고, 신산업 분야에선 중국이 이미 한국을 추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를 바탕으로 중국이 대내적으로는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의 80%에 해당하는 중간재의 국산화정책(홍색공급망)을 추진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의 주력 수출시장을 중국에 내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이미 성숙기에 진입해 더는 과거와 같은 빠른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중국이 경제강국으로 부상하면서 현재와 같은 한중 간 협력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우리에게 새로운 협력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구매력 기준으로 2013년 미국을 추월했고, 2030년께는 GDP 규모에서도 미국을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과 같은 성장세라면 중국은 2020년 명실상부한 중진국에 진입하고, 2030년에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을 벗어나고소득국에 진입할 것이다. 중국은 현재 세계 2위의 소비시장이지만 향후 2년 내 미국을 추월할 것이다. 특히 2020년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미국의 2배, 일본의 10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현재진행형인 미중 무역 전쟁은 중국의 시장 개방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변화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한중 경제협력 구조가 경제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분명히 위협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일고 있는 새로운 변화를 활용하기 위한 길을 찾아낸다면 분명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과거 중국이 제조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했고, 중국이 수출대국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가공무역 기지로 활용했듯 새로운 ‘중국 활용법’을 찾아내야 할 때이다. 중국 활용법은 중국이 경제강국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형성될 글로벌 밸류체인에 맞춰 우리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세계지역연구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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