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옴부즈맨 칼럼]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권재창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2-12 19:24:16
  •  |  본지 26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 외교관들이 협상 과정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외교 분야를 넘어 사회의 전 영역에서 인용되고 있다. 필자는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듣는 순간 심정적, 정서적으로 공감을 느꼈던 기억만큼은 또렷하다. 만일 이 말을 20대나 30대에 들었다면 과연 이 정도의 공감을 느꼈을까 반문해 보았다. 처음 접했을 때의 참신함(지금은 진부한 표현이 되었지만) 등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구체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그 말이 던지는 의미를 계속 곱씹게 되고, 그럴수록 이 표현이 중언부언하지 않는 간결함을 통해 정곡을 찌른다는 생각이 들어 감탄하게 되는 수준의 공감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디테일의 어려움과 중요성은 숱한 경험과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디테일이 허술하면 공허하다. 정치인의 공약, 언론인의 보도, 법률가의 주장이나 판단 등 모든 것이 그러하다. 미사여구를 아무리 많이 사용하고, 아무리 강한 구호를 외쳐도 디테일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 검증도 가능하다. 즉, 어떤 의견이나 주장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는 디테일을 보면 된다. 디테일이 허술하거나 틀렸다면 신뢰할 수 없다. 디테일이 억지스러우면 신뢰할 수 없다. 디테일이 약하다는 것은 내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의견이나 주장의 수준을 보려면 디테일을 살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이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선거공약이나 신문기사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나마나한 말이다. 그 공약이나 기사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 현실에 대한 충실한 분석과 진단, 공교육이 무너진 원인, 사교육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이해, 다른 나라와의 비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실현 방법 제시, 그 방법의 현실성 검토, 필요한 예산의 확보 방안, 또 다른 부작용 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 등 숱한 디테일이 제시돼야 한다.

최근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제1심 법원의 판결이 화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법원의 판결이나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연일 신문에 대서특필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그런 류의 대서특필은 어쩌다 있는 일 정도가 되어야 한다. 누가 구속되고, 누가 유죄 또는 무죄판결을 받고 하는 일들이 거의 매일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각설하고, 김 지사에 대한 판결을 둘러싼 정치권의 주장을 보자. 국제신문은 지난 1일 자 11면 등을 통해 정치권의 반응을 소개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진영에 따라 극과 극이었다. ‘사법 농단 세력의 반격’이라는 주장과 ‘법정구속은 사필귀정’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공통점도 있었다. 양측 주장의 디테일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 그에 이른 과정, 사실인정을 토대로 한 법리적 판단에 대한 충실한 분석은 거의 없었다. 판결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판결 내용, 즉 사실인정, 법리판단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을 있는 그대로 소개하고, 이를 비판하는 주장은 드물었다. 진영 사이의 프레임 전쟁만 난무했다. 디테일이 부실한 주장은 진영을 초월한 보편적 신뢰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정치권의 반응을 소개한 언론보도를 접한 독자로서 필자는 대립되는 주장 중 그 어느 것도 쉽게 신뢰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산업은 고도화되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과 갈등은 일상화됐다. 무수한 구호가 쏟아지고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주장이나 의견은 천차만별이다. 매일 온갖 보도가 신문 방송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나온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러면 정치인의 주장을 접하는 유권자, 언론의 보도를 대하는 독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가지 제안을 해본다. 디테일을 살피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법무법인 청률 변호사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근교산&그너머 <1122> 섬 산행(2) 울릉군 울릉도 성인봉
  2. 2“에어부산 지역기업화” vs “대기업 인수가 바람직”
  3. 3부산 수학문화관·온천2초 설립 본궤도
  4. 4탱탱 달달한 독도새우…트럼프 만찬 오른 그 맛 여기 있소
  5. 5“르노삼성 노사 갈등에 일부 협력사는 100명 감원”
  6. 6삼성,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 투자
  7. 7깜찍 이미지 질리셨죠? 트와이스 도발적 변신
  8. 8기장군 “기장~장안 송전선로 지중화를”
  9. 9[조재휘의 시네필] 히어로 장르의 황혼을 바라보며
  10. 10백업 오윤석·허일의 반란…거인, 시련 속 희망가
  1. 1사보임 뜻 뭐길래… 오신환 의원 “사보임 거부”
  2. 2하태경, 이언주 탈당에 “패스트트랙 막을 여지 있어”
  3. 3문희상 임이자 성추행 논란, 한국당 현수막 들고 등장… ‘자작극’ 의혹까지
  4. 4문희상 저혈당 쇼크, 병원행… 이은재 사보임 관련 “사퇴하세요” 직후 추정
  5. 5김관영 “오신환 국회 사개특위 위원 사임계 제출”… 오신환 “사임 의사 없다”
  6. 6임이자, 경기대 법학과·한국노총 출신·자유한국당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
  7. 7이은재 또 “사퇴하세요!”… 문희상 국회의장 당혹
  8. 8자유한국당 “문희상 의장, 임이자 의원 신체접촉…고발할 것”
  9. 9 오신환 “공수처 패스트트랙 반대”… 캐스팅보트 지목 이유는?
  10. 10오신환 “패트트트랙 반대표 던지겠다” 새로운 변수 급부상
  1. 1“에어부산 지역기업화” vs “대기업 인수가 바람직”
  2. 2“르노삼성 노사 갈등에 일부 협력사는 100명 감원”
  3. 3삼성,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 투자
  4. 4대기업 제치고 부산·경남 재개발 잇단 수주…차세대 지역 건설사 부상
  5. 5작지만 똘똘한 아파트 ‘베스티움’…숲세·역세권에 합리적 가격까지
  6. 6참이슬 출고가 65원↑…하이트진로 내달 인상
  7. 7부산 제조업 경기 바닥 찍었나…BSI 7년9개월 만에 호전 전망
  8. 8금융·증시 동향
  9. 9주가지수- 2019년 4월 24일
  10. 10바야흐로 ‘건면 시대’…농심 녹산공장을 전진기지로 육성
  1. 1김수민 작가 “윤지오 증언탓 장자연 유족 패소”… 윤지오 카톡 공개
  2. 2김수민 작가 “故 장자연 이용” VS 윤지오 “카톡 조작”
  3. 3대구 전투기 갑작스런 전투기 소리에 시민들 불편 호소
  4. 4김수민 작가와 윤지오 대립… 고 장자연 사건 다른 방향으로 전개
  5. 5‘윤지오와 공방’ 김수민 작가는 누구?…‘혼잣말’ 저자·활발한 SNS 활동
  6. 6남구 문현동 음주운전 의심 차량, 보행자 등 들이받고 전복… 음주측정 거부
  7. 7삼성 채용, 오늘(24일) 인적성 발표…다음 일정은 면접
  8. 8윤지오 스마트워치 미작동, 조작미숙 탓… 김수민 작가 카톡 논란
  9. 9박훈 변호사, 김수민 작가-윤지오 공방 참전 “‘장자연 리스트’ 어떻게 봤나”
  10. 10‘자사고 재지정 갈등’ 상산고등학교는?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 설립·서울대 40명 합격
  1. 1최지만 “개인적 문제 자리 비워” 누리꾼 “미국 귀화?”
  2. 2‘반갑다 토트넘 홈구장’ 손흥민, 브라이튼전서 시즌 최다골 노린다
  3. 3토트넘 브라이튼전 1-0 승리 사진으로 다시보기
  4. 4토트넘vs브라이튼… 손, 맨시티전 아픔 달래나
  5. 5'테크노 골리앗' 최홍만, 6월 10일 AFC서 복귀전
  6. 6토트넘 브라이튼전 승리 귀중한 승점 3점 따내… 프리미어리그(EPL) 4위 경쟁 앞서
  7. 7사우샘프턴 롱, 7.69초 만에 골맛 'EPL 역대 최단시간 골'
  8. 8여자핸드볼 간판 류은희, 프랑스 파리92와 2년 계약
  9. 9손흥민, 새 구장 연속 공격포인트 스톱…최다골도 다음 기회에
  10. 10백업 오윤석·허일의 반란…거인 ‘시련 속 희망가’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두 强기업의 즐거운 도시 실험
삼일정신을 다시 바라보다
기고 [전체보기]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센텀 2지구 /이갑준
21세기 과학기술과 부산의 미래 /박태주
기자수첩 [전체보기]
아직 피는 완전히 씻기지 않았다 /신심범
역사 외면한 부산시의 무리수 /황윤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느린 호흡의 의미
말모이와 국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청와대는 ‘내로남불’ 민심 귀 기울여야 /김태경
부산 해법, 치열하게 논쟁해야 /박태우
도청도설 [전체보기]
박찬호의 ‘한만두’
나무 의사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자기 표현의 기술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기장멸치식해와 엔초비
전병과 갈레트
사설 [전체보기]
문제투성이 김해신공항, 총리실 검증 서둘러야
북·러 정상회담 비핵화 협상 긍정적 발전 계기되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행복, 복지국가, 그리고 비례대표제
노동자 건강과 생명보다 중한 건 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고난의 역사 견뎌낸 명화
황제의 이중 초상
이홍 칼럼 [전체보기]
기업인이 알아야 할, 여성들의 정보탐색법
먹방,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암운 드리운 도보다리 회담 1주년
과연 민심이 무섭긴 한 걸까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라일락의 계절 4월
연둣빛 봄날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음식의 조화
봄에 마시는 와인, 로제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개 짖는 소리에 세상을 알다
태극기 흔들며 기뻐 춤을 추다
  • 2019 다이아모든브리지 걷기축제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19부산하프마라톤대회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