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제 회생을 위해 지역화폐를 도입하자는 여론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화폐를 유통해 자금의 역외유출을 막고 골목상권을 지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이다. 이미 몇몇 지자체가 이 제도를 시행해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발행을 준비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부산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수렴이 본격화됐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부산시의회는 지난 12일 여러 시민단체와 함께 토론회를 열어 지역화폐 도입의 필요성과 가능성, 성공 여부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타지에 본사를 둔 대기업의 시장 독점과 온라인쇼핑 거래 활성화로 인해 지역경제가 거의 고사 상태에 도달했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지역에서 유통된 자금이 외부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가 고착화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따라서 더 이상의 악순환을 막으려면 지역화폐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사례를 보면 지역화폐의 효과는 상당하다. 한국GM 공장 폐쇄로 위기에 처한 전북 군산시는 지난해 1000억 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실태 조사 결과, 관내 가맹점의 66.5%가 매출이 5~52% 늘어났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지난해 전국에서는 3714억 원의 지역화폐가 발행됐으며 올해는 그 규모가 조 단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아동수당이나 기초연금과 같은 복지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생산유발효과가 더욱 커진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지역화폐 도입은 부산시로서도 마냥 외면하고 있을 사안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온누리상품권의 불법 현금할인을 거론하며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앱을 활용하는 방식 등 최근에는 탈법을 막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극복하지 못할 과제는 아니다.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역화폐 발행은 시가 적극적으로 검토할 만한 과제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