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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행도시, 생태적 지혜와 철학 위에서 구현을 /류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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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2-17 19:15:22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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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프랑스인 J 씨 부부는 친구들과 부산이 최종 기착지인 동아시아 크루즈 여행을 계획한다. 생태휴양도시인 부산은 두 번째 방문인데도 여전히 설렌다. 울창한 녹지와 친수공간의 푸름으로 넘실대는 도시. 동양적 전통이 국제적 감성과 편안하게 어우러지는 도시. 환경적 지혜로 비움과 느림이 가능한 곳. 본질을 단단히 하고 내면의 힘을 지닌 이 도시는 느릿느릿 탐험하고 싶은 보물 같은 장소로 가득한 까닭이다. 걷기, 온천욕, 다양한 테라피, 명상, 음식, 영화, 공연 등 생각만 해도 행복해진다.

부산은 관광·컨벤션, 헬스케어·실버·요양·치유, 해양·청정기술 산업 등이 발달했다. 하늘의 푸르름을 잃은 뒤 매서운 결단과 집중력으로 녹색도시로 전환하고 얻은 결과이다. 바다, 산, 호수, 온천 등 천혜의 자원을 기반으로 고품격의 휴식과 문화향유가 가능한 도시. 부산이 왜 크루즈선의 경유지가 아니고 최종 목적지인지 알 수 있다.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지 않는가. 시는 막대한 재원 투입으로 쾌적한 보행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람 중심의 시정 방향성과 의지가 반갑다. 지난 보행친화도시 정책들이 용두사미로 끝난 것을 생각하며 몇 가지 짚어본다. 많은 이가 길을 걸으러 제주도에 가는 까닭은 뭘까. 올레길이 갈맷길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무엇보다 청정하기 때문이다.

보행도시 모드는 생태도시로 좌표 설정을 해야 온전히 작동한다. 심각한 대기질로 문을 첩첩이 닫아걸고 사는 마당이다. 아이를 키우는 많은 부모가 전전긍긍하며 도시를 떠날 생각을 곱씹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근원적 해결 없는 보행도시 정책은 미봉책이요, 절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생태·환경적인 거시적 안목으로 검토되고 구현되어야 한다. 경제, 문화의 해답도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모색 가운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프라이브르그, 카빌, 일본의 키타큐슈 등 환경도시를 주목하자. 정체되고 무기력했던 도시들은 새로운 경제 동력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호주 케언즈의 쿠란다국립공원에서 한 노인이 안내판을 정성스럽게 닦는 광경을 봤다. 안내판은 나무 재질이었는데 그렇게 관리하면 백 년도 넘게 갈 것이다. 소소한 일이지만 깨우침과 여운을 남겼다. 아름다운 갈맷길과 둘레길의 상시 관리가 안 돼 쓰레기가 나뒹굴고, 입출구 산자락은 불법 경작으로 훼손되고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는 곳이 부지기수다. 광복로 등 애써 경관작업을 끝낸 거리들이 주정차 차량, 시설물, 쓰레기, 하수 악취 등으로 여전히 쾌적한 보행로와는 거리가 멀다. 새로 조성하는 일보다 중요한 건 사후관리이다. 갈맷길도 관리 주체를 통합해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

가꾸고 유지하는 일은 도시 경영의 기본 덕목이다. 많은 외국 선진도시의 경우 일상적으로 점검·정비하고 원상 복구하는 관리 방식이 치밀하다. 자원관리에 대한 철학이 우리와는 많이 다른 것이다. 호주 캐나다 등에선 자기 집 마당의 나무를 베어도 같은 수령의 나무를 다시 심어야 한다.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생태적 정신과 철학이 환경보전을 가능하게 한다. 도시 경영은 결국 본질을 꿰는 정신과 철학에 달려 있다.

피라칸타는 관목으로 겨울철 붉은 열매가 아름다워 보행로 화단과 공원에 많이 심겨 있다. 비엔나 도심에서 주황색 열매를 달고 풍성한 수형을 자랑하던 피라칸타가 떠오른다. 우리의 문제는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해서 열매가 없는 푸른 몽당나무만 보게 된다는 것이다. 대기 정화와 경관 등 본래 목적과 효용은 잊은 본말전도의 폐해이다. 키 큰 가로수도 가지가 잘리고 몸통만 남겨져 괴기한 게 허다하다. 전선 장애, 시야 문제를 해결해 환경·생태적인 효용을 높여야 한다. 도시 숲의 가치를 깨닫고 관리 체계가 바르게 확립해야겠다.
진정 무엇이 중한지를 깨닫자. 반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소모적인 졸속행정은 멈출 때가 되었다. 이번 보행도시 정책으로 부산이 생태적 지혜와 철학 위에 바르게 서는 도시가 되기를 희망한다. 임기 내 끝내지 못하면 정부 임기와 상관없이 지속 사업으로 갈 수는 없을까. 뚜벅뚜벅 내딛는 걸음에 언젠가 부산은 진정한 보행도시, 생태도시가 되어 있을 것이다. 오거돈 시장의 혁신적 발상, 용단과 뚝심을 기대한다.

명상교육가·㈔걷고싶은부산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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