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지 10년을 맞았다. 지정 당시만 해도 금융산업이 부산의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가 컸다. 하지만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 남은 것은 ‘금융 없는 금융중심지’란 오명이다. 지난 15일 열린 ‘부산 금융중심지 지정 10주년 기념 세미나’는 이런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려는 자리였다. 그런 점에서 이날 전문가들이 쏟아낸 다양한 주문은 금융중심지 부산 발전을 위해 귀담아 들을 만하다.

부산 금융중심지 지정 이후 2014년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들어서고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외견상으로 어느 정도 성장 기반을 마련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단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외국 금융회사나 국내 민간 금융회사는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부산이 금융도시가 아니라 금융 관련 공기업 집적도시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러니 부산이 금융허브도시 평가 순위에서 여타 아시아 도시 등과 달리 하락세에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부산 금융중심지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지도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은 물론, 지역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3세대 금융허브들과 경쟁하기 위해 보다 다차원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세계적 추세에 맞춰 부산 스스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시가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며 부족한 건 없었는지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부산의 변화와 더불어 중요한 건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그간 정부가 금융중심지 지정만 해놓고 육성 전략 없이 방관만 해 왔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런 판국에 제3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체거래소 설립 이야기도 나온다. 이래서야 기존 금융중심지는 더욱 쇠퇴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구체적 전략과 지원책을 마련해 금융중심지를 키워나가야 한다. 금융중심지 남발이 능사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