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시민들이 직접 영화를 홍보하고 배급하는 ‘시민배급단 씨네보배(이하 씨네보배)’의 운영을 마쳤다. 씨네보배는 홍보·배급 전반에 대한 교육을 듣고 실제 배급까지 진행해보는 영화산업 체험프로그램이다. 두 달간의 홍보·배급교육을 수료한 씨네보배는 제20회 부산독립영화제의 단편경쟁 작품 중 세 작품(‘하진’ ‘여름내’ ‘손님’)을 직접 선정했고, 다시 두 달간 직접 홍보하고 배급했다. 작년 여름에 시작해 기획부터 정산까지 장장 7개월이 걸린 장기 프로젝트인 셈이다. 지나간 시간이 그렇듯 울고 웃을 일이 참 많았지만, 그 기간 씨네보배를 운영했던 내 동료와 나를 괴롭혔던 것은 매니지먼트로서 우리의 민낯이었다.

나는 줄곧 다른 이와 일을 나누기보다 내가 해버리는 인간이었다. 분담하기 위해서 가타부타 설명하는 것보다 많은 양이라도 스스로 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일에 대한 나의 흥미이기도 했다. 모든 일을 해보고 싶었고 또 잘하고 싶었으니까. 실제로 나의 20대를 관통하는 질문이 있다면, 그건 ‘어떻게 하면 더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남들보다 더 빨리 정확하게 일을 해내는 것은 그 시절 나의 모토였다. 마치 ‘배달맨의 신속 정확은 진리’라는 말과 유사했다. 20대 후반의 우리는, 나는 참 열심히 잘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것이 텃세가 됐다. 효율적으로 처리한답시고 했던 일이 내 입맛대로만 처리되어버린 것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가 찾아왔을 때 나는 늘 그러했듯이 내가 움켜쥔 것을 꼭 쥐고 놔주지 않았다. 상대는 내가 가진 것을 잘 알 수도 없었을뿐더러 나의 손을 잡을 수도 없었다. 내가 저 혼자 무슨 장인이 될 게 아니었기 때문에 혼자서 잘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그건 20대의 미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같이 잘하는 것, 함께 하는 사람이 잘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한 시기. 나는 30대가 되었다.

씨네보배는 제멋대로 커가는 아이 같았다. 뜻대로 되는 것은 없었고 욕심만 앞섰다. 혼자 하던 것을 누군가와 같이하다 보니 모든 순간과 과정이 전부 ‘처음’이었다. 영화의 홍보 문구를 그저 열심히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잘 쓰는 법과 잘 못 쓰는 법을 알아야 했다. 내가 할 일만 체크하면 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할 일도 확인해야 했고, 그가 제시간에 알맞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했다. 나에게만 맞춰져 있던 온 신경이 타자를 향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한 부자연스러운 시점 변경은 변덕스러운 매니지먼트를 만들었다.

나는 완전히 너그러운 친구였다가 또 어떤 때는 까칠한 시어머니가 되기도 했다. 방목은 몇 몇 주체적인 움직임을 양산하기도 했지만 이탈과 포기의 순간을 만들어 내기도 했고, 집착은 오히려 사랑으로 보이다가도 돌연 화근이 되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씨네보배는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저 혼자 만들어갔다. 부산, 대구, 서울을 도는 4차례 순회 상영에서 모두 230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성황리에 활동을 마무리 지었다. 운영자인 우리가 그렇게 방목과 ‘스카이캐슬급’ 집착 사이를 오갔던 것을 생각하면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씨네보배를 끝으로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맡은 일만 아등바등 붙잡으면 되던 20대가 저물었다. 이제는 어딜 가도 대여섯은 어린 친구를 만나게 된다. 조금 더 있으면 한 것도 없이 선배 소리를 듣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한 것도 없이 후배 소리를 듣고 있으니 말이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좋은 선배라도 되고 싶은데, 애석하게도 나는 그런 것을 배운 적은 없다. 자기 것을 잘하는 사람은 많이 보았지만, 좋은 스승을 만나지는 못했다. 그런고로 올바른 답은 알지 못한다.

서른 살을 시작하는 나의 미션은 상대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혼자 하지 않고 같이하는 것, 그를 위해 약간의 악역과 대체로의 잡역부도 마다하지 않는 것, 매니징이다. 사실은 그보다도 먼저 손에 꽉 쥔 것을 놓아야 될 것이다. 일단은 주먹을 펴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나는 움켜쥔 손을 펼쳐 보일 준비가 되었을까.

씨네소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