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좋지 않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게 얼마나 있겠는가. “인구가 많아지면 무엇을 해야 되느냐”는 제자의 질문에 공자는 백성이 넉넉하게 먹고살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답하며, 교육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어느 시대, 어느 곳이든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가장 기본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해결돼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나더라도 상대적 빈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큰 문제다. 오히려 이 문제가 사회 화합을 더 해칠 수 있다. 미국에서는 CEO와 직원의 임금 격차 비율이 1965년 20 대 1에서 1989년 58 대 1로, 2000년 들어서는 344 대 1이 되었다. 우리는 2017년 39 대 1이었지만 상장기업 시총 상위권 기업 중에는 208 대 1인 곳도 있었다. CEO의 급여로 단순히 부가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적 부의 양이 커지는 비율보다 고소득자가 가져가는 비율이 더 크다면 한 번쯤 생각해봐야 된다. 미국의 경우 기업의 CEO가 받은 평균 보수는 2017년 기준 전년대비 17.6% 오른 1890만 달러(212억6000만 원)를 기록한 반면 일반 직원의 임금은 전년대비 0.3% 오른 것에 그쳤다. 모든 분야에서 이런 식이라면 부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그 비율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한 나라도 있다.

논어에 ‘가난함을 걱정하지 않고 공평하지 않음을 걱정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흉년이 들든 풍년이 들든 노력에 따라 공평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흉년에 다 같이 어려워짐은 견딜 수 있지만 풍년이 들더라도 수확물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고 힘이나 나쁜 꾀를 이용해 부당하게 챙기는 것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 현대 용어로 바꾸면 중요한 것은 부의 총량이 아니라 정당한 분배 즉 공정이라는 것이다. 노력한 만큼 부를 취해야 한다는 공정이야말로 사회적 안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제의 공정은 분배의 공정이다. 혹자는 이를 공산주의나 좌파를 연상한다. 그러나 세입자가 노력해 가게를 번창시킨 몫을 집주인이 몽땅 가져간다거나, 하청업체가 기술 개발로 원가 절감한 것을 대기업이 대가 없이 그 기술을 취하거나 납품가를 턱없이 낮춰 그 이익을 전부 가져가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기업하기 힘들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일부 대기업이 한 공정하지 못한 행동을 외국에서 그대로 했다면 그 기업은 그 제재로 인해 공중분해되고 관련자가 처벌될 수도 있다. 이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것이 상식에 맞고 공평한가의 문제일 뿐이다. 미국의 경우 분식회계로 물의를 빚은 엔론사는 결국 파산했고, 회계감사를 한 미국의 5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아더앤더슨은 영업활동을 정지당했다.관련자는 모두 막대한 배상금과 함께 수십 년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이후 유사한 분식회계를 저지른 회사들이 추가로 적발돼 파산했다. 이들을 엄벌한 이유는 경제에선 페어플레이 즉 공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고 이를 어기는 것은 우리가 선택한 자본주의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가 공정하지 않고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아니 선진국이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 우리가 노력한 만큼 얻지 못하는 사회가 되면 불평이 쌓여 결코 행복해 질 수 없다. 지금 우리 경제가 흉년의 문제인지 공평의 문제인지 아니면 둘 다의 문제인지 나는 잘 모른다. 이를 제대로 답해주는 곳도 없다. 그저 최저임금제와 자영업자를 연결시켜 경기가 어렵다고 주야장천 읊기만 한다.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반도체 시장은 작년 ‘슈퍼호황’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였고, 배터리도 매출액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소비자심리지수 또한 작년 11월을 저점으로 반등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나 같은 경제문외한은 뭐가 맞는지 헷갈릴 수밖에. 그러나 어찌 되었든 불경기라면 벗어나는 데 최선을 다해야 됨은 물론이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노력한 만큼 가져가야 한다는 가치가 우리 경제에서 실현되고 있는지가 아닐까. 공자가 강조한 것처럼 말이다.

변호사·법무법인 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