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의 본격 추진은 2006년 5월부터 시작됐다.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단체장의 합의에 이어 5개 지역의 상공회의소 회장이 결의해 상공계 유치협의회가 구성되었다. 당시 부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었던 본인이 유치협의회 추진운영위원장을 맡았다.

그때 건설교통부 제3차 공항 중장기 종합 계획을 수립 중이었기 때문에 수차례 건교부를 방문해 신공항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공식 공문까지 발송했으나 “안 된다”는 부정적인 견해만 전달받았다.

급기야 2006년 7월 부산상공회의소 의원 70명이 청와대를 예방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을 시작으로 그해 말 부산을 방문한 노 대통령이 이용섭 건교부 장관에게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검토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

이렇게 시작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각 후보의 공약으로 채택되었고,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2008년 3월 입지선정 용역이 발주되었다.

그러나 동남권 35개 후보지 중 가덕도와 밀양이 압축되었다는 정보가 2009년 말 흘러나오자 대구-경북이 밀양 지지 1000만 서명운동에 돌입함으로써 동남권 신공항은 갈등과 논쟁에 휩싸여 10년 세월을 허송하였다.

신공항 문제가 여기까지 온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선거 공약을 철석같이 하고도 대통령 당선 후에는 지지층의 극심한 눈치 보기에 급급해 국가 이익이나 국가경쟁력은 뒷전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둘째, 지역 정치권이 공천 줄서기 등 지역의 미래보다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어 침묵 또는 반대쪽에 줄서기한 탓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입지용역 결과를 백지화해 공항건설 논의를 중단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의 K2(동촌) 비행장을 이전시켜주기로 대구의 손을 들어주고 김해공항을 확장해 신공항으로 한다는 미봉책을 대책으로 발표했다.

항공 수요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이에 대한 대비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가 경쟁력은 떨어지고 국민은 불편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중국 다롄시가 그간 공항을 2번이나 확장해 규모가 10배나 커졌음에도 미래항공 수요와 제트항공시대에 대비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발해만에 바다를 매립하여 섬을 만들고 연간 25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항을 건설 중이었다. 공항 건설 현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동북아의 환적화물과 환승여객을 다른나라에 다 내어 줄 것인지? 마음이 편치 못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부울경 자치단체장이 동의하고 지난달 16일 이철우 경북지사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이 먼저 결정된다면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의사를 오거돈 부산시장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오 시장도 대구통합신공항을 돕겠다고 화답했다.

최근 부산 대개조 비젼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신공항이 영남권 5개 시·도의 뜻이 모아지면 결정이 수월해질 것이고, 지자체 생각들이 다르면 총리실에서 검증하겠다는 뜻을 밝혀 동남권 신공항 추진은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과 대구-경북의 통합 신공항 이전을 위한 PK-TK가 상생하는 적극적인 시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일에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필연적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부산을 중심으로 대구 경북 경남 울산과 함께 이해관계가 대립되지 않는 지역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PK-TK의 생존전략인 공항건설뿐 아니라 이전 적지의 발전 전략, 공항공사법 제정까지 함께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동남권 신공항을 위해 영남권 단체장, 지역 국회의원, 시민사회가 함께 대타협의 상생전략을 펼쳐야 할 때다. 그 선두에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앞장선다면 우리의 꿈을 이루는 날이 훨씬 더 당겨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산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