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통화만 가능한 아날로그 방식의 1세대(1G) 무선통신 기술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적용된 기기는 198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이 내놓은 자동차용 ‘카폰’이었다. 1G 휴대전화는 4년 뒤 출시됐다. ‘벽돌폰’ 또는 ‘냉장고폰’이라 불릴 만큼 크고 무겁고 비쌌다. 하지만 길 위에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웠다. 공중전화 앞에 늘어선 줄을 보고 누군가 가방에서 이 벽돌폰을 꺼내들기라도 하면 단번에 시선이 모아졌다. 무거운 휴대전화를 목걸이처럼 달고 다니거나 바지 뒷주머니에 일부러 보이게 넣고 다니던 사람도 많았다. 1G 시대의 풍경이다.

지금과 같은 모습의 휴대전화는 2G 기술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이동통신은 2G 무선통신의 기반이 되는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이라는 기술을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 1996년 1월 전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식별번호는 011이었다. 017의 신세기통신, 016의 한국통신프리텔(현 KT), 018의 한솔PCS, 019의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지금처럼 휴대전화 대리점이 생겨 호객행위가 시작된 때도 이 무렵으로, 통신사 간 고객 확보전쟁이 가열되면서 휴대전화가 전 국민의 통신수단이 됐다.

2G를 언급하는 데 빠지지 않는 것이 CDMA이다. 아날로그인 음성신호를 디지털로 바꿔 전송하는 이 획기적 기술 덕분에 음성통화뿐 아니라 문자나 사진 전송이 가능해졌고 가입자 용량도 수십 배 늘릴 수 있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가 공동연구개발에 참여해 세계 표준이 되긴 했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도 원천기술을 가진 미 IT기업 퀄컴에 고액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다.

SK텔레콤이 올해 말부터 2G 서비스를 종료할 계획이다. 2G 장비가 낡고 단말기마저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2G를 쓰고 있는 90만여 명의 고객을 위해선 별도의 서비스 전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한다. KT는 이미 2012년 서비스를 종료했고 LG만 당분간 남는다. 이로써 2G는 세계 첫 상용화 축포 23년 만에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G(음성통화)에서 2G(문자와 사진)까지 12년, 3G(인터넷)까지 10년, 4G(동영상)까지는 5년이 걸렸다. 다음 달엔 가상현실과 자율주행 기반인 5G 서비스의 세계 첫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 10년 혹은 5년 후엔 누가 무선통신 기술의 선두에 서 있을지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