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3월 1일 첫날 만세시위가 일어난 장소는 한반도 전체에서 총 9곳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 진남포 안주 선천 의주 원산 해주 등 서울과 고양을 제외한 나머지 7곳이 모두 북녘 땅이다. 특히 일제강점기 양대 도시였던 평양에서의 시위는 서울 시위와 함께 거족적 봉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데 역사학계의 이견이 없다. 당시 평양은 천도교와 기독교 교세가 강했다. 서울 시위가 학생 중심이었다면 평양 시위는 종교계 중심이었다. 시위 초기 참여도가 북녘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따라서 희생자 규모도 컸다.

그중에서도 평남 맹산은 가장 가혹한 탄압을 받은 곳으로 기억된다. 3월 10일 시위는 비교적 평온하게 끝났으나 일본 헌병들은 천도교인 100여 명을 맹산공립보통학교 앞에 불러모아 4명을 체포했다. 석방을 요구하며 주민들이 헌병 분견소로 몰려갔다. 분견소장은 이들을 건물 안에 몰아넣고 발포해 54명이 사망했다. 3·1 운동사 중 단일시간·장소에서 제일 많은 희생자를 낸 사건이다. 23명이 사망한 경기도 제암리 학살보다 한 달 먼저다. 그러나 이런 3·1운동의 역사가 북에서조차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다.

북한은 3·1운동을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본다.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의 가르침을 받은 평양 숭실중학교 청년 학생들이 주동했고, 발원지도 서울 파고다공원이 아니라 평양 장대재 숭덕여학교 운동장이며, 여기서 독립선언서 낭독으로 시작된 만세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됐다고 교과서와 역사책에 기록하고 있다. 당시 7살이던 김일성도 참여했다는 주장이다. 민족대표 33인은 독립을 구걸한 부르주아 사대주의자로 본다. 유관순 열사에 대한 기림도 없다. 명칭도 ‘3·1 인민봉기의날’이다. 공휴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3·1운동을 러시아 혁명의 영향으로 일어난 계급투쟁이자 결과론적 실패로 규정한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항거해 겨레가 떨쳐 일어난 항일민족독립운동이자, 지금의 대한민국 법통이 시작된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계기가 된 역사적 사건으로 기념하는 남한과는 상반된다.

3·1절 100주년 기념행사의 남북 공동개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작년 9·19 평양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사항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여러 상황상 어렵다”며 거부해 결국 무산됐다. 100년 전에는 남도 북도 없었다. 온 겨레가 한마음이었지만 이후 평가는 이렇게 다르다. 경제나 정치보다 역사에 대한 차이를 좁혀가는 게 남북 간 시급하면서도 더 지난한 일이라는 걸 실감하는 오늘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