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가 알고 있는 무서운 악재지만 상대적으로 그 위험이 저평가된 사안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중국의 기업부채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중국 기업 부채 규모는 131조900억 위안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50%가 넘는다. 미국(74%)의 배 이상이고, 신흥국 기업부채 비율(108%)과 비교해도 매우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중국 기업부채 규모와 증가 추세는 아주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피부에 와닿게 실제 있었던 최근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지난달 22일 중국의 한 대형 국유기업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알루미늄 가공 및 수력발전을 하는 칭하이성투자그룹(QPIG)이 만기가 돌아온 3억 달러 규모 달러표시 채권에 대한 이자(122억 원)를 못 내 부도처리됐다. 중국 국유기업이 역외시장에서 디폴트를 낸 건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광둥국제신탁투자(GITIC) 이후 21년 만이다.

생각해보자. 민간기업이 아닌 국유기업이 디폴트를 선언했다. 그것도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 국유기업이 부도를 냈다는 건 드디어 중국도 국유기업을 지원하는 데 한계에 왔다고 봐야 한다. 물론 중국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시진핑 주석은 “지방정부의 국유기업 지원 관행이 잘못됐기에 문제의 싹이 채 자라기 전에 잘라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칭하이성투자그룹 디폴트는 의도한 것이란 뉘앙스를 풍긴 것이다. 하지만 이를 있는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특히, 지금 펼쳐지는 미국의 무역전쟁 압박을 생각해보면 자칫 이른 시기에 더 큰 문제가 터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중국의 의도는 명확했다. 중국경제는 거대 국유기업이 이끌어간다. 그간 공산당은 국유기업에 상상 이상의 자금지원과 특혜를 주면서 이들 수준을 톱 클래스 직전까지 끌어올렸다. 조금 더 가면 웬만한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다 석권할 수 있고 그때부터 부채를 갚으면 그만인데,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미국이 철퇴를 내린 것이다.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라는 게 지금 중국의 속내이다.

이달 초 글로벌 주가지수 MSCI를 제공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오는 11월까지 MSCI 신흥국시장(EM) 지수에서 중국 본토 주식의 비중을 4배 확대한다고 전했다. 현재 5%인 중국 A주식 비중을 20%로 상향조정한다는데, 전 세계에서 최소 800억 달러(90조 원)에 이르는 자금이 새롭게 중국 주식을 사야 한다. 국내 증권사는 “수급에 숨통이 트여 당분간 중국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혹시, 글로벌 투기자본이 중국기업을 먹으려 판을 까는 건 아닌가’라는 조금은 음모론적 발상이다. 그간 수많은 패턴을 보면 엄청난 부채로 빨리 성장한 국가 및 기업들은 마지막 성공 직전 직격탄을 맞았다. 그 부채 때문에 지금까지 이뤄 놓은 많은 것을 다 내다 팔거나 적어도 30~40% 지분을 뺏기는 일이 자행돼 왔다. 일명 ‘양털깎기’다. 솔직히 지금 중국 국영기업의 상황을 보면 이런 ‘데자뷔’가 너무 선명하다. 더 큰 문제는 지금 한국경제가 중국과 너무 많이 엮여 있다는 사실이다. 수출의 30~40%가 중국과 함께 움직이는 터라 우리가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 비공식적으로라도 정부는 중국 국유기업 부실에 대한 비상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할듯싶다.

앞으로 다가올 5G시대 통신장비 부문에서 중국기업 화웨이의 기술력이 탁월하다고들 한다. 얼마나 뛰어나면 미국이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우방국에게 “화웨이 통신장비 쓰지마”라는 골목대장 흉내를 내겠느냐는 얘기도 있다. 화웨이는 중국에서 성장한 ‘민간기업’이다.

하지만 현재 화웨이 기업 정보는 대부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지분 구조는 런정페이 회장이 가진 1.4% 외엔 알려진 바 없다. 갑자기 화웨이를 꺼낸 건 정말 중국기업에 ‘양털깎기’ 시나리오가 펼쳐지면 현금을 금고에 쌓아 둔 우리 재벌그룹이 이 M&A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화웨이를 인수한다면? 헛된 공상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상황은 급박해 보인다.

경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