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하지도 않는 친·인척을 직원으로 올려 회삿돈 32억 원을 빼돌린 부산 시내버스회사 대표가 최근 검찰에 적발됐다. 문제는 특정업체의 인건비 허위 계산이 부산시 버스준공영제 재정보조금 산정기준인 표준운송원가를 끌어올려 혈세 수십억 원이 부정 집행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1개사의 3년 치 과다 계산분만 감안해도 보조금 낭비 규모가 10억여 원에 이른다고 한다. 33개사를 대상으로 13년째 시행 중인 준공영제에 대한 회의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버스준공영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리를 예방·검증할 시스템이 사실상 없다는 데 있다. 버스업체 공무원 전문가 등 몇 사람만 결탁하거나 눈을 감아도 세금 빼먹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 이번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듯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하는 수입금공동관리위원회 소속 교수마저 매수되는 상황이다. 부산시의회나 시민단체도 문제점을 짚어낼 역량이 없다. 최근 몇 년간 비슷한 비리가 반복 적발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버스 이용객은 줄었는데도 회사 경영은 흑자가 되고 버스기사직에 몰려드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노조가 뒷돈이나 받아 챙기는 상황이 결코 정상은 아니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부산시 대응은 똑같다. “점검하겠다”는 말뿐이다. 오거돈 시장은 작년 보조금 비리 때도 시민단체 전문가 등으로 ‘교통혁신위원회’를 꾸려 준공영제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책을 만들겠다 했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준공영제 재정보조금은 2007년 시행 첫해 312억 원에서 작년엔 1270억 원으로 네 배 이상 불어났다. 버스는 지하철 택시 등과 마찬가지로 공공재 성격이 있어 재정보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 해도 비리 업주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제 뱃속만 채우게 할 수는 없다. 부산시는 비리 업체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준공영제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등의 과단성 있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준공영제의 존속 여부도 재검토할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