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가족은 로스차일드가로 알려져 있다. 재산은 약 50조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경 원으로 ‘화폐 전쟁’ 저자인 중국의 쑹훙빙은 추산했다. 1경은 1만 조라고 하니, 보통 사람은 머리를 싸매고 계산해도 어림짐작도 못하는 단위다. 미국의 1년 국내총생산(GDP)은 18조 달러가 조금 넘는다. 세계 최고 경제대국의 3년 GDP를 1개 가문이 가진 셈이다.

독일-유대계 혈통의 로스차일드가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는 다양한 얘기가 있다. 그만큼 정확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원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고물상을 하다가 국제금융가문으로 성장한 정도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가문의 모든 요직은 반드시 가문 내부에서만 맡고, 기밀은 철저하게 유지하는 게 특징이다. 주된 사업 분야는 금융업이고 석유 금 레저 와인 광산업 호텔 등 각종 분야에서 활동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가문을 둘러싼 각종 음모론이 거론된다.

실제 세계 정치 금융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놀라운 것은 미국 달러를 생산하는 것에 개입하고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는 대부분 당선된다는 주장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도 로스차일드 가문의 지원이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후 임명한 초대 상무장관이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25년간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투자 업무를 맡았던 윌버 로스다. 그는 아직 현직이다.

그런데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이 공개한 10억 달러(1조1240억원) 이상 세계 억만장자의 최고 부자는 로스차일드가가 아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저스가 1470억 달러(165조2280억 원)로 1위였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960억 달러),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880억 달러)이 차지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60억 달러로 공동 66위다.

제프 베이저스 재산보다 350배 가량 많은 로스차일드 가문은 왜 세계 최고 부자 명단에 빠져 있을까. 로스차일드가의 재산 규모는 관련 기업이 상장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세계 각지의 광산이나 유전 등은 비공개기업으로 돌려 운영한다. 특히 총본부나 마찬가지인 영국 런던에는 시티 오브 런던이라는 치외법권 지대가 있어 영국 정부조차도 세무조사를 할 수 없다고 한다. 게다가 재산은 17세기 이후 100명이 넘는 후손에게 나뉘었고, 국가마다 지부가 따로 존재한다. 집계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세계 최고 실력자의 철저한 재산 관리 전략에 두려움조차 든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