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나라 전체가 이를 기념하는 학술대회와 전시 등 많은 행사들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자신의 목숨을 다해 항일활동을 하였지만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사건들을 찾아내고 있다. ‘부산여성들의 항일독립운동’도 그 동안 남성 중심의 역사 속에서 외면되어 왔기에, 이 시점에서 중요하게 드러내어야 할 역사적 사실들이고, 부산 시민들 모두가 다 같이 알고 기억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부산여성 항일운동의 시작은 1907년 국채보상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제에 빌린 1300만 원을 갚아 국권을 회복하자는 운동이 부산 상인들의 제언, 그리고 대구 광문회 서상돈의 발의로 시작되었다. 이에 부산 여성들은 앞장서서 부산좌천리감선부인의연회,부산단연동맹부인회, 영도국채보상부인회 등을 조직하여 운동에 참여했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에는 서매물이 나서서 비밀조직인 송죽회 지회(1916년)를 조직해 교회여성들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을 돕는 일을 했다. 그리고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이 시작되자, 부산 경남지역에서 가장 먼저 일신여학교의 교사들이 부산지역의 3·1운동을 주도했다. 교사 주경애와 박시연(졸업생), 고등과 학생 11명이 몰래 태극기를 만들고 독립선언서를 복사하여 3월 11일 밤 좌천동 거리에서 일반인들에게 나누어주고 만세운동을 전개했다. 교사 주경애와 박시연, 학생 김봉애, 김반수, 박정수, 심순의, 김응수, 김난줄, 김복선, 김순이, 김신복, 이명시, 송명진 등 11명이 구속되고 옥고를 치렀다.

3·1운동의 경험은 부산 여성들에게 큰 힘이 되었고 본격적인 항일운동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애국부인회가 만들어지면서 부산지부(1919년)가 설치되었고 백신영이 책임자로 독립투사들의 연락망 구축, 그 가족들과의 상호연락책, 운동자금 모집 등의 일을 하였다. 그리고 박덕술(일신여학교 출신, 부산여자청년회장) 등이 비밀결사단체 의용단을 조직하여 독립운동을 도왔다.

1920년대에 들어 부산과 동래 지역에 동래여자청년회 부산여자청년회 기장여자청년회 등 많은 여자청년회가 조직되어 여성의 계몽과 반일운동을 전개했다. 1924년 이후에는 수영여자청년회 구포여자청년회 등 사회주의계열 여자청년회가 등장했다. 1926년 김수선 박소수(이상 동래여자청년회) 이은자(구포여자청년회)가 사상단체 적광회를 조직했다. 그리고 1927년 민족주의 계열과 사회주의 계열의 운동이 하나가 되어 근우회가 설립되자, 근우회 부산지회 동래지회 기장지회가 조직돼 활발한 항일운동을 전개했다.

1930년대 들어 부산지역 여성노동자들은 조선방직 파업과 고무공장들의 파업을 통해 여성 자신들의 노동권을 지키고 항일투쟁을 꾸준히 해 나갔다.

근우회 부산지회와 동래지회는 1931년 조선방직노동자들이 파업, 항일운동에 돌입하자 이들과 연계해 운동을 전개했다. 한편 3·1운동 이후 부산일신여학교 출신 양한나(1893~1976)는 상해로 망명, 임시정부 의정원의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독립운동 자금 모금을 했다. 국내에서는 따로 부산여자청년회(1921년)를 설립해 항일운동을 펼쳤다.

일신여학교 출신 박차정(1910~1944)은 동래청년동맹, 근우회 동래지회에서 활동하다가 1929년 근우회 중앙 상임집행위원으로 선출돼 선전 홍보활동을 전담했다. 11월 광주학생운동이 일어나자 1930년 1월 서울 11개 여학교의 학생들이 시위를 조직하였는데, 주동자로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고, 풀려난 이후 상해로 망명해 김원봉의 의열단에 들어갔다. 레닌정치학교를 운영하고,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교관(1932년), 조선민족혁명당 활동(1935년), 남경부녀회결성(1936년), 조선의용대 복무단장(1938년), 곤륜산전투참여(1939년) 등의 활동을 해 나갔다.

이러한 부산여성들의 항일운동이 있었기에 우리는 해방된 조국을 맞게 되었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우리가 이들의 항일운동을 잊을 수 있겠는가?

전 신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