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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산항, 국격에 맞게 운영되고 있나 /이흥곤

홍콩 제치고 5위 확실시, 물동량 사활 이제 변해야…근로자 안전 복지 환경 등 사람 중시해야 선진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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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박사’로 불리는 이용득 부산세관박물관장이 최근 펴낸 ‘부산항 이야기’에는 눈길 끄는 대목이 나온다.

‘부산항에 처음 컨테이너 전용선이 들어온 건 1970년 3월 2일. 지금의 국제여객터미널이 위치한 4부두에 접안한 이 선박은 미국의 시랜드사 소속 1만2000t급 피츠버그호였다. 이 배에는 미 군수물자를 실은 35피트짜리 컨테이너 98개가 실려 있었다. 당시 하역 장비가 전무했던 터라 컨테이너선박의 자체 크레인으로 단숨에 무거운 철제박스를 부두에 내리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해방 이후 낙후된 부산항에 컨테이너 전용선이 몰고 온 하나의 충격이었다.’

세관공무원 출신인 그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현장을 고스란히 간직한 부산항의 자료가 충분치 않아 발품을 팔고 채록하며 1년10개월간 국제신문에 ‘부산항 이야기’를 인기리에 연재했다. 이 책은 바다에서 바라본 갯내 물씬 풍기는 부산항 이야기가 우리의 문화콘텐츠이자 유무형의 문화유산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부산항은 지금 외형상으로 엄청나게 성장했다. 1978년 20피트짜리 컨테이너 50만6500개를 처리했지만 2017년 처음으로 2000만 개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2167만 개를 기록했다. 아직 지난해 세계 항만 물동량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부산항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홍콩항과 광저우항을 제치고 세계 5위 자리를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외형적인 화려함과 달리 속내를 들여다보면 불편하기 그지없다. 13조 혈세를 들인 신항에는 글로벌 운영사가 헐값에 앉아 있고, 이들이 물동량 유치를 위해 하역료 인하 경쟁을 벌인 탓에 유럽 미주 싱가포르 일본 등과 비교해 하역료가 절반도 안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 여파는 하청업체와 항만노동자에게 그대로 미친다. 부산항이 자랑하는 365일 쉬지 않는 항만에서 밤낮으로 일해도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다 보니 최근에는 젊은 인력이 유입되지 않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한다. 줄잡이, 고박, 검수, 운송업 등 종사자들이 그들이다.

이제 부산항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답게 국격에 맞는 항만 운영을 고민할 때다. 그다지 의미 없는 물동량에 사활을 계속 걸거냐 아니면 사람이 먼저인 부두 운영으로 환골탈태하느냐.

외국항만처럼 주말이나 야간에는 하역시간을 줄이되 만일 꼭 해야 한다면 할증료를 받거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연 300억 원가량의 환적화물 인센티브제를 개편해 부산항 전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항만 근로자들의 안전, 복지, 작업환경 개선에 투자하자. 교통이 불편해 외딴섬이 돼버려 직원을 못 구하는 배후물류단지의 출퇴근 문제도 이제 고민하자. 하역료가 내륙운송수입의 60%에 달할 정도로 단순구조의 부산항의 부가가치 포트폴리오도 선박금융이나 매매알선, 급유, 선용품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도 과제다.

최근 국가재난 수준으로 떠오른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도 부산항이 사람 중심의 글로벌 선진 항만으로 가는 필수요건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수년 전부터 컨테이너 1척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와 황산화물이 각각 트럭 50만 대, 경유차 5000만 대 분량과 맞먹는다는 보고서를 매년 내며 항만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환경부는 소 닭 보듯 무심하게 지금까지 넘긴 결과 ‘사상 초유 미세먼지’ 같은 최악의 사태에 크게 일조하지 않았는가.

국립환경과학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초미세먼지의 경우 전체에서 선박 배출량만 9.6%에 달했다. 실제 항만을 낀 부산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는 37.8%가 선박에서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에 대한 예산은 육상을 포함한 전체 예산의 1.5%에 그쳤다.

항만당국은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선박 접안 때 육상에서 전기를 공급하는 육상전원공급설비(AMP)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미국 LA항은 이미 2006년 AMP를 설치했고, 전원수용설비가 없는 선박엔 입항 자체를 금지해 대기질 개선에 효과를 봤다. 하지만 출입 선박에 대한 강력한 해양 오염물질 배출제한구역(ECA) 지정은 도입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 이어 중국조차 시행하고 있는데도.

부산항은 이제 분명 달라져야 한다. 물동량 증대도 좋지만 사람과 환경이 우선하는 선진항만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 세계해사대학 교수로, 선진항만을 많이 경험한 해운항만전문가 문성혁 신임 해수부 장관에 대한 기대가 그래서 크다.

편집부국장 h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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