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치러진 제2회 전국 농협·수협·산림조합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도 금품 수수나 향응 제공과 같은 구태가 어김없이 반복된 것은 우려스러운 일임이 분명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전국에서 적발된 불법선거 행위는 520건에 달했다. 2015년의 1회 선거(694건) 보다는 다소 줄어든 것이기는 하나 여전히 높은 수치다. 고발과 수사의뢰 건수도 각각 127건, 12건이나 됐다. 부산선관위도 이와 관련해 3건을 고발하고 7건을 경고처분했다.

불법 행위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금을 비롯해 고급 한우세트와 같은 선물을 유권자에게 돌리는가 하면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유인물, 자신을 홍보하는 명함 또는 연하장을 배포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올해에는 일부 조합의 비위와 무자격 조합원 투표 등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출마자들이 정말로 조합 발전을 위해 선거에 뛰어든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조합장 선거가 이처럼 불법 행위로 얼룩진 일차 원인은 당연히 출마자들의 그릇된 가치관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허술한 규정이 가져온 부작용도 무시하기 힘들다. 현행 조합장 선거에서는 지방선거와 달리 예비후보자 제도가 없다. 게다가 후보자는 혼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며 그 기간도 13일뿐이다. 이러다 보니 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출마자들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무리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정부는 서둘러 이런 폐단을 뿌리 뽑기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방선거처럼 예비후보자 제도를 도입하거나 합동연설회 및 공개토론회를 개최하는 것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조합장의 과도한 권한이나 연봉 삭감 조치가 과열 경쟁을 막을 방안의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때마침 정부가 조합원의 알 권리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개정에 나서겠다니 다행스럽다. 불법이 판치는 조합장 선거는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