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그제 마라톤 협상 끝에 선거제 개혁안에 최종 합의했다. 국회의원 수를 현행 300석으로 고정하는 대신 지역구 의원을 일부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을 75명까지 늘려, 각 정당 득표율 50%까지 비례대표 배분 몫을 늘려주는 게 골자다. 각 당 추인 과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지지부진하던 단일안이 마련되면서 선거제 개혁이 속도를 내게 됐다. 여기에 제외된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야합이자 좌파 연립정부 수립 계획’이라며 강력 투쟁 입장을 밝혀 또 한 차례의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여야 4당 합의 초안에 따르면 각 정당은 전국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 50%’를 적용해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수를 우선 배정한다. 그 뒤 잔여 의석을 다시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권역별로 배분키로 했다. 합의안은 당초 정의당 등이 요구한 100% 연동형 비례제가 아니라 50% 연동제를 적용했다. 민주당이나 한국당 등 거대 정당들의 기득권을 일부 인정한 셈이다.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석패율제도 도입한다.

선거제 개혁의 가장 큰 목적은 거대당에 유리한 승자 독식 등의 폐단을 없애자는 데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개혁안은 정당득표율과 의석수 괴리를 줄여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기득권을 일부 접고 개혁안에 합의한 것도 이런 국민 여망에 부합하기 위한 것일 터이다. 그만큼 우리 정치 발전에 선거제 개혁이 절실한 과제라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한국당이 개혁안에 어깃장을 놓으며 저지에 나선 것은 퇴행적 행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국당은 지난해 연말 여야 4당과 함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등의 선거제 개혁 합의문에 서명을 하기까지 했다. 그래 놓고 4당 합의가 임박하자 뒤늦게 비례대표를 폐지하는 등의 개편안을 내놓았다. 선거제 개혁은커녕 기득권을 결코 내놓지 않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당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이제 달리 방법이 없다. 여야 4당이 신속하게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