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문태준 칼럼]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21 20:29:40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봄이 혈관(血管)속에 시내처럼 흘러 /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윤동주 시인의 시 ‘봄’의 일부다. 물이 흐르는 시내 가까운 언덕에 개나리와 진달래, 배추꽃이 피어나는 것을 노래했다. 그리고 그 풍경과 마찬가지로 한겨울을 견뎌온 자신의 몸에도 핏줄에도 봄의 시내가 흘러 풀포기처럼 풀꽃처럼 생명의 생기가 활짝 피어난다고 노래했다.
그림 서상균
동시 창작에서도 남다른 재능을 보인 윤동주 시인은 동시 ‘봄’에서는 이렇게 썼다. ‘우리 애기는 / 아래발치에서 코올코올, // 고양이는 / 부뜨막에서 가릉가릉, // 애기 바람이 / 나무가지에서 소올소올, // 아저씨 햇님이 / 하늘 한가운데서 째앵째앵.’

삼월에 윤동주 시인의 시집을 다시 펼쳐 읽는다. 영화 ‘동주’가 재조명되고 있고, 윤동주 시인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애정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달 16일은 윤동주 시인이 일본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지 74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윤동주 시인이 한때 수학했던 도쿄 릿교대 등에서 시인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렸다는 소식이 있었다.

최근 우연히 일본 와세다대 명예교수인 오무라 마스오가 쓴 ‘윤동주 시인을 기리며’라는 글을 읽었다.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와세다대에서 중국어 및 한국어 담당 교수로 재직했다. 글에서 그는 윤동주 시인의 묘지를 찾아냈던 1985년 당시를 회고했다. 1984년 여름에 윤동주 시인의 동생 윤일주를 만났을 때 윤동주 시인의 묘가 용정의 옛 동산교회 묘지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5월 14일 어렵게 수소문해서 찾아갔더니 옛 동산교회 묘지는 급경사의 밭과 엉성한 숲, 쓰러진 묘비들이 흩어져 있었고, 그날은 묘 둘레에 솟은 큰 풀포기들을 뽑고 돌들을 치우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리고 5월 19일에 다시 찾아가 한국식 제사를 지냈다. 제사상에는 두만강에서 잡은 송어, 조선산 명태 등을 올렸다고 했다.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윤동주 시인의 동생인 일주 광주 두 아우의 이름으로 세워진 묘비의 비문도 소개했다. ‘학해(學海)에 파도가 일어 신체의 자유를 잃고 형설의 생애는 농조(籠鳥)의 환경으로 바뀌고 이에 더해 병이 악화, 1945년 2월 16일 장서(長逝)하다. 나이 29세. 당세에 쓰일 인재(人才). 시가 마침내 사회에 울려 퍼지려는데 오히려 춘풍무정. 열매를 맺지 못하니 아아 애석하고나.’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현재 일본에서 한국의 근대문학을 연구하는 전문가가 2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자신이 윤동주 시인의 작품과 생애를 진정 존중하고 애틋해하는 이유는 윤동주 시인이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에 준엄한 민족적 저항정신과 기독교적 희생정신에 입각한 인간애 넘치는 서정시를 남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동주 시인은 1945년 2월 16일에 별세했다. 별세한 지 열흘이 지나서야 ‘2월 16일 동주 사망, 시체 가지러 오라’는 전보가 고향집에 전달됐다. 아버지 윤영석과 당숙 윤영춘이 윤동주 시인의 시신을 수습하러 일본으로 건너갔고, 3월 6일 문익환 목사의 아버지 문재린 목사의 집도로 장례식이 치러졌다. 묘비석은 6월 14일 세워졌다. 묘비의 비문은 명동학교 학감으로 윤동주 시인의 스승이었던 김석관 선생이 지었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해여서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뜻이 좀 더 각별하다. 그러나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것은 그가 스물아홉의 나이에 이국의 감옥에서 작고한 민족 시인이라는 사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시가 보여주는 부끄러움과 성찰의 시학을 간과할 수 없는 까닭이다.
문학평론가 이남호는 그의 평글 ‘문학에는 무엇이 필요한가’에서 문학의 본질이 되는 몇 가지를 열거한다. 그는 세계와 사물의 숨은 질서와 내밀한 운동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고요함의 공간과 내면성, 후의(厚意) 혹은 관용이라고 불러도 좋을 너그러움, 연민의 마음이라고 제시한다. 특히 내면성의 견고함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시인으로 윤동주 시인을 꼽는다. 윤동주 시인은 내면성이 아주 강한 시인이고, 그의 시는 ‘한 순결한 시인의 내면 기록’이면서 참회와 반성을 통해 자기 정직성과 높은 도덕성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아닌 게 아니라 윤동주 시인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시 ‘서시’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라고 노래했고, 시 ‘참회록’에서는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라고 노래했다. 식민지 현실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이러한 강한 내면성이 윤동주 시인의 시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는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세 곳 있다. 윤동주 시인이 유학했던 교토 도시샤대와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하숙집 터, 그리고 우지강변에 시비가 세워져 있다. 도시샤대에는 정지용 시인의 시비도 있다. 정지용도 이 대학에서 수학했다. 윤동주 시인은 우지강변으로 친구들과 소풍을 갔고 거기서 사진을 찍었는데, 1943년 7월 14일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면서 그때 찍은 사진은 안타깝게도 생애 마지막 사진으로 남게 되었다.

윤동주 시인은 시를 짓는 일 자체에 있어서도 결벽하고 엄격했다. 그의 연희전문 동문 강처중은 윤동주 시인의 유고 시집 발문에서 이렇게 술회했다. ‘이런 동주도 친구들에게 굳이 거부하는 일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동주, 자네 시 여기를 좀 고치면 어떤가’ 하는 데 대해 그는 응하여 주는 때가 없었다. 조용히 열흘이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곰곰이 생각해 한 편의 시를 탄생시킨다. 그때까지는 누구에게도 그 시를 보이지를 않는다. 이미 보여주는 때는 흠이 없는 하나의 옥이다. 지나치게 그는 겸허, 온순하였건만 자기의 시만은 양보하지를 않았다.’

윤동주 시인의 시와 정신은 오늘날에도 빛난다. 자기반성을 통해 염결한 영혼에 도달하려 애쓴 사람이었다. 그의 시는 당당하고 위축되지 않는다.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는 봄이다.

시인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기장드림캠핑페스티벌 등 행사 줄줄이 ‘발목’
  2. 2[국제칼럼] 극단적 국론 분열, 조국(曹國)이 뭐길래 /김경국
  3. 3강한 비바람에 무너지고, 날아가고…주말 ‘아수라장’
  4. 4강풍·물폭탄…부울경 속수무책 당했다
  5. 526일부터 대정부질문…2차 ‘조국 대전’ 짙은 전운
  6. 6‘동부산 이케아’ 일자리 500개…채용행사 3900명 몰렸다
  7. 7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2401>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8. 8‘해방 공간’ 시기 대마도 체류 조선인, 산속서 숯 굽는 일 하며 연명
  9. 9‘5중 안전장치’ 라더니 스크린 도어 파손에도 먹통
  10. 10저도 유람선 예약 두 달치 꽉 차
  1. 1한국당 "2030년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민부론' 발표
  2. 2'황교안표' 첫 경제정책…총선 표심 겨냥한 '정책투쟁' 시동
  3. 3한국문화예술위 정부지원사업 수도권 집중…지방은 1~2%대 그쳐
  4. 4與, 한국당 '민부론'에 "혹세무민…MB·朴정부 정책 재탕"
  5. 5文대통령, 미국 뉴욕 향발…24일 트럼프와 한미정상회담
  6. 626일부터 대정부질문…2차 ‘조국 대전’ 짙은 전운
  7. 7나경원 “문 대통령·조국·황교안·저의 자녀 모두 특검하자”
  8. 8오거돈, 김정은 부산 초청 거듭 요청
  9. 9민생론·민부론…여야, 총선 표심 겨냥 정책경쟁 시동
  10. 10류석춘 교수 ‘위안부는 매춘’ 망언 국민적 공분 확산
  1. 1‘동부산 이케아’ 일자리 500개…채용행사 3900명 몰렸다
  2. 2하나·우리은행 DLF 투자피해 25일 첫 소송 제기
  3. 3 관광사업체 맞춤형 지원 필요
  4. 4산업용 전기 사용량 4개월 연속 감소
  5. 5앞 대천천, 뒤 금정산자락…명당에 둥지 튼 ‘화명 3차 비스타동원’
  6. 6길산그룹, ‘한중 합작법인’ 부산유치 막판 설득전
  7. 7입어보지 않고도 딱 맞는 옷 고른다
  8. 8지역 관광업체 45곳 입주…커뮤니티 조성해 정보교류·시너지 효과
  9. 9한국 WTO 양자협의 제소에 일본 정부 “요청 수용하겠다”
  10. 10부산 미분양 감소세 뚜렷…사하구 관리지역 해제 ‘청신호’
  1. 1부산 태풍 상륙 시간은…실시간 위치 ‘중형급 크기’
  2. 2제17호 태풍 ‘타파’ 현재 위치는?…서귀포 남쪽 약 150㎞ 부근
  3. 3김해공항 부산항 올스톱...부산 태풍으로 1명 사망, 피해 속출
  4. 4제17호 태풍 ‘타파’, 부산 태풍경보 발효…최대 500㎜ 비 더 내린다
  5. 5제17호 태풍 타파에 남해안 비상...김해공항, 제주공항 이용객은 운항정보 확인 필수
  6. 6'보이스 코리아' 출신 가수 우혜미, 21일 자택서 숨진 채 발견
  7. 7합천군청 공무원 2명이 잇달아 숨져
  8. 8부산 사하구 감천동 주택 옹벽 일부 붕괴…인명 피해 없어
  9. 9제주 통과한 태풍 ‘타파’ 오후 10시 부산 최근접
  10. 10강풍에 해운대구청 주차 차량 파손 ...맞은편 건물 옥상 철판 추락 탓
  1. 1‘3-0 완승’ 대한민국 여자배구, 남은 건 반등? … (일) 아르헨티나 잡고 연승 도전
  2. 2토트넘 울린 VAR 판정...포체티노 "손흥민 VAR 판정 인정"
  3. 3 ‘한국 선수와 악연’ 로드리게스 스티븐스 맞대결
  4. 4‘챔스 데뷔’ 이강인, 라리가에서도 활약할까?… ‘감독 교체 영향’ 어떨까 관심 급증
  5. 5아시아드CC 이름 'LPGA 인터내셔널 부산'으로 바꾼다
  6. 6‘10점 만점’ 황희찬, 챔스 이어 리그 출전 앞둬…‘2위’ 린츠와의 승점 차이 벌릴까?
  7. 7UEFA 슈퍼컵에서 명승부 연출한 첼시와 리버풀, PL에서 ‘리매치’… SPOTV NOW 독점 생중계
  8. 8운명의 광주전…아이파크, 선두 경쟁 불 지필까
  9. 9유영의 트리플 악셀 US피겨클래식 2위
  10. 10태풍에 줄줄이 순연…일정 꼬인 프로야구
우리은행
지방분권으로 도시 살린다
대학이 가져온 ‘부’- 독일 하이델베르크
지방분권으로 도시 살린다
친환경에서 캔 ‘노다지’- 독일 프라이부르크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진정한 탈일본을 결단할 때
이기대·청사포가 눈앞서 사라진다면
기고 [전체보기]
수입식품 맞춤형 보관시스템 구축을 /박희옥
바이오산업을 국가주력산업으로 /이상희
기자수첩 [전체보기]
‘님비시설’ 된 행복주택 /김영록
부산시 지역대부터 챙겨라 /임동우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귀농 귀어 귀촌에도 균형발전 없는 나라
달에는 토끼가, 지구에는 청룡이 산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힐링의 악기 ‘깡깡이’ 해금
조선 시대 선비들의 음악문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사라진 촛불, 다시 밝힌 촛불 /박태우
부산 미술계에 부는 새바람 /정홍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기후 파업
시국선언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과 다섯 수레의 책
조선시대 ‘북캉스’ 풍경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기장 멸치액젓과 스팸
포르투갈의 ‘치보르나 드 바깔라우’
사설 [전체보기]
부산시 산하 센터 구조조정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비핵화 협상 긍정 신호, 한미 정상회담 결과 기대 크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중앙정부와 지자체 복지 역할 재정립
‘건강보험 하나로’와 문재인 케어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패배한 청년의 초상
예쁘고 행복한 그림의 화가
이홍 칼럼 [전체보기]
감정적 대응은 일본을 웃게 만든다
일본은 실수했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동력 잃은 검찰개혁
지소미아, 쪼개진 국익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가을의 문턱에서…
더위 식혀주는 음악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나를 변화시키는 와인
은은한 피노누아 같은 사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연객 허필의 ‘묘길상도’
김윤겸의 실경산수 ‘태종대’
  • 골든블루배 골프대회
  • 2019맘편한부산
  • 지역경제 살리기 정책 콘퍼런스
  • 기장캠핑페스티벌
  • 제21회부산마라톤대회
  • 엄홍길 대장 시민초청 강연회
  • 2019국제에너지산업전
  • 2019 ATC 부산 성공기원 시민대회
  • 2019아시아 트레일즈 컨퍼런스
  • 사하관관사진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