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사고로부터 부산 시민을 보호할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산시 원자력안전팀장(5급)에 시민단체 활동가가 뽑혔다. 부산YMCA 시민사업국에서 7년6개월간 직원으로 일하고, 부산의 한 지자체 청소년수련관에서 1년8개월 근무한 경력이 전부라고 한다. 원전 안전과의 업무 연관성이라고는 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이 연합해 조직한 반핵단체에 YMCA도 일원이라는 정도다.

부산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소가 집중된 도시의 안전을 위해 5년 전 원전 소재 광역시·도 중에선 처음으로 원자력안전과를 확대 개편했다. 민선 7기 오거돈 시장이 추진 중인 고리원자력발전소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30㎞ 확대 사업이 안전팀의 일이다. 이에 따른 방사능 방호대책, 방사능 감시체계 구축, 방재물품 확보 및 대피 훈련 등도 해당업무이다. 누가 봐도 원자력 안전에 관한 전문성이나 소양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맡기엔 부적합한 자리다.

이번에 임용된 인사는 부산시가 공고한 자격요건에도 미달한다. 시는 분명 ‘국가 지자체 정부출연기관 기업체 등에서 방사능 방재, 원자력 안전 등과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력’으로 못박고 있다. 시민단체와 청소년수련관 중 어디가 이에 부합한다는 건가. 부서 업무엔 ‘원전안전 소통협의회 구성운영’ ‘원전정책의 지방분권화 추진’ 등도 넣었지만 생뚱맞다 못해 특정인을 위한 길 터주기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원전 안전이 비전문가에게 맡겨도 될 만큼 대수롭지 않은 업무인지 궁금하다. 임용된 당사자 자신이 지금까지 반핵 탈핵을 외치다 이제 스스로 안전대책과 원전 안전성을 시민들에게 홍보하게 됐다. 시민단체 출신의 공직 임용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합당한 자격을 갖춘 인사를 앉히라는 것이다.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더 그렇다. 그게 아니라면 부산시는 원전이 지극히 안전하기 때문에 비전문가라도 충분히 다룰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