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서부산 글로벌시티 그랜드플랜 사업’은 민선 6기 때 서병수 시장의 핵심 공약이었다. 동부산권에 비해 낙후된 서부산의 균형 발전을 꾀하고 2030년까지 세계 30위권 도시로 도약하겠다며 내놨던 비전이다. 하지만 기존 사업을 재탕한 게 많고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도 미비해 대체로 부실하다는 비판이 당시 시의회 등에서 나왔다. 특히 소요 재원 53조 원 중 국비와 민자 유치가 전체 92.4%에 이르는데, 그에 대한 확보대책이 명확하지 않았으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부산시가 이번에 서부산권의 대형 사업을 재정비하기로 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전체 51개 사업 중 24개는 계속 추진하되, 나머지 37개는 변화된 환경에 맞춰 방향을 전환하거나 단순한 구상 수준의 실효성 없는 것 등은 과감히 중단하겠다니 말이다. 즉, ‘선택과 집중’으로 나가겠다는 뜻이다. 오거돈 시장체제 출범 이후 10개월 만에 서부산권 개발사업 전반에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하고 나섰으니 앞으로 진행 과정 및 성과 여하에 관심이 모인다.

애초 지적받은 것처럼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서부산권 사업을 실정에 맞게 수정하는 것은 나무랄 데가 없다. 중단으로 분류된 14개 사업 면면만 봐도 그렇다. 낙동강 수변 신도시, 강변 창조도시, 낙동강 리버프런트 조성, 문 리버 프로젝트, 낙동강 원(one) 페스티벌, 플라워 페스티벌 개최 등과 같은 사업은 성격이 중복되거나 비슷해 시민적 공감대를 얻기가 어렵다. 오 시장이 과거 찬성했던 ‘한일 해저터널’ 추진을 중단 명단에 포함시킨 것도 합리적인 조처로 보인다.

관건은 역시 세부적인 이행계획 및 재원조달 방안을 철저히 마련해 실천하는 것이다. 동서 교통망과 도시철도 구축, 보건의료망 확충, 연구개발 특구, 전시컨벤션센터 등은 그런 바탕이 전제되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 오 시장이 이달 ‘서부산 대개조 비전’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니 내용을 봐야 겠지만, 면밀한 계획이 나오지 않으면 부실의 늪에 빠지기 쉽다. 아울러 상업성에 치중해 주민 생활환경과 문화 인프라 등이 소홀하지 않도록 사업의 방향성을 정립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