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은 올해로 39회째를 맞는 ‘장애인의날’이다. 정부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이해의 폭을 넓히며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려는 취지로 1981년 장애인의날을 제정했다.
이를 계기로 1960, 70년대부터 이어져 온 정부의 허술한 장애인 관련 제도가 상당 부분 보완, 개선됐고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대하는 의식도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점진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시대로 변한 것이다.
장애인에게 직업은 비장애인이 생각하는 직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해 경제 활동을 하게 되면 스스로의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이끌어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구호는 장애인에게 더욱 절실한 것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장애인 취업자 비율은 36.9%로 비장애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월평균 소득은 171만 원으로 전국 임금 근로자의 평균 임금인 243만 원의 70%에 그친다. 특히, 가구주가 장애인인 경우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58.5%나 된다. 장애인이 가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장애인 전체 경제활동률은 37%, 실업률은 6.6% 고용률은 34.5%를 나타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지체 외 신체외부장애인의 실업률은 12.5%에 달하고 있으며, 고용률은 12.7%에 그치는 실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신적 장애인의 실업률은 10.6%, 고용률은 20.6%의 통계를 보여주고 있다.
2017년 공공기관 장애인 고용현황을 보면 625곳 45만8031명 중 장애인 근로자는 1만2131명, 3.02%에 불과하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에 따른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은 2017~2018년은 민간기업 2.9%, 공공기관은 3.2%인데 이를 준수하지 못했다. 공공기관의 경우 2019년부터는 3.4%로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이 상향됐지만, 현 추세로 보면 역시 현실에서 충족되기를 바라기는 힘든 상황이다.
특히 2019년 현재 전국 장애인복지관이 2월 말 기준 234 개소가 있는데 복지관은 장애인을 10% 이상 수준으로 고용해야 하나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산하 58개 공공기관가운데 27곳이 장애인고용법을 어겼다.
더욱이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와 한국전력공사 등 대형 기관을 포함한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채용 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따로 평가하지 않고 통합해서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
장애인들이 채용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로서 받은 수혜는 단계별 가산점 몇 점뿐이었다.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장애인들의 자아 존중감이나 생활 만족도 지수가 매우 낮은 편이다.
직업을 통한 장애인들의 안정적 소득 보장과 현실을 고려한 유연하고 적합하며 정책적인 지원 제도는 장애인들의 독자적 자립과 자아 존중감을 높이는 동시에 국가의 복지비용 절감 등 많은 긍정적 반향을 불러올 것이다. 이것이 장애인 복지 정책을 실현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 중 하나다.
진정으로 함께하는 사회가 되려면 서로가 노력하고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서야 변화가 이뤄진다. 허울뿐인 장애인 복지국가가 되지 않으려면 서로 배려하고 양보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복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두 손을 맞잡고 함께 걸어가며 서로를 이해하며 배려하는 것뿐이다.
40여 년 전 복지란 개념이 자리 잡지 않은, 황무지 같은 척박한 불모지 땅에 뿌린 장애인의날이라는 ‘복지 씨앗’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어 점차 복지국가로 나아가게 된 것을 장애인의 한 사람으로 다행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더욱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며, 복지 정책이 법제화되어 안착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간극을 좁히는 계몽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부산지회 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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