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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때론 ‘말 보약’도 필요하다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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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4-15 19:08:54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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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공허해질 때가 있다. 누군가와 폭풍 수다를 떨고 싶은데 마땅한 사람은 없고 마음 한편이 헛헛한 순간, 바로 마음이 피로할 때다. 마음은 지쳐 있을 때 종종 외로움의 모습으로 찾아온다. 목이 마르면 물이, 배가 고프면 음식이 생각나듯 마음이 피로할 때는 진심 어린 위로가 담긴 ‘말 보약’이 필요하다.
   
그림 서상균
‘말 보약’은 필자가 만든 단어다. 마음이 피로하고 지칠 때 보약 같은 말 한마디는 큰 힘이 된다. 믿고 의지하는 사람과의 카카오 톡 대화 몇 줄, 혹은 한두 시간의 진솔한 대화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고 든든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꼭 필요한 순간 한마디 말의 힘은 강력하다.

반면 기분이 나빠지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 사람도 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의 에너지를 쭉쭉 뺏는다. 들으면서 기분 나쁘고, 뒤돌아서서 계속 생각나고, 내가 왜 받아치지 못 했나 후회하게 만드는 말이다. 계속 마음에 남아서 그 순간을 곱씹게 만든다. 음식이 딱 걸려 급체를 일으키듯 사람의 마음에 탁 걸리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는 흔히 있다. 이런 사람의 말은 보약이 아니라 독약이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 사이에는 가벼운 말 한마디가 자칫 독약으로 바뀌기 쉽기 때문에 더욱 ‘말 보약’이 필요하다. 가까운 사이인데 ‘굳이 보약 같은 말이 필요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 보약’은 더 중요하다.

말이 보약이 되려면 2가지만 잘하면 된다. 관찰과 표현이다. 주변 사람의 장점이나 작은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우선이다. 오렌지에서 즙을 짜내듯 주변 사람의 일상적인 모습 속에 숨어 있는 장점을 애써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나 아는 장점은 ‘말 보약’으로서 효과가 약하다. 미스코리아 출신 여성에게 ‘아름다우세요’ 라는 말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분인 것 같아요’라는 칭찬이 훨씬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과 같다.

상대의 드러나지 않는 장점을 관찰해서 표현해주는 것만으로도 듣는 사람에게는 하루를 행복하게 바꿔주는 묘약이 된다. 그래서 관찰이 중요하다. 아무리 칭찬해줄 것이 없는 사람 같아도 찾아보면 하나쯤은 발견할 수 있다. 그 장점을 발견하고 적절한 표현방식으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변한다. 무뚝뚝하던 사람이 웃게 되고, 의욕이 없던 사람이 열정적으로 변한다. 훌륭한 리더는 숨어 있는 장점을 잘 찾아내 잠재능력을 끌어내는 사람이다. 숨어 있는 장점을 발견해내는 것은 마치 즙을 다 짜낸 오렌지에서 남은 몇 방울의 즙을 더 짜내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마지막 몇 방울의 즙’ 같은 칭찬이 변할 것 같지 않던 사람을 바꾸고 조직을 변화시킨다.

‘말 보약’을 전달하는 데 관찰만큼 중요한 요소가 표현이다. ‘매일 보는 식군데 어색하게…’ ‘매일 만나는 직장 동료한테 부담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가깝고 자주 보는 관계라도 표현을 자주 하면 관계는 더욱 플로리시(flourish)해진다. 우리말로 ‘번창하고 잘 자라다’ 정도로 번역되는데 이 정도로는 설명이 부족한 단어다. 단어의 어원처럼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아름다운 꽃으로 풍성해지는 방법이 바로 ‘표현’인 것이다.

특별함을 칭찬하기 보다 ‘존재 자체의 고마움’을 표현하는 편이 더 좋다. ‘당신이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아빠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처럼 ‘존재에 대한 고마움’은 다른 어떤 칭찬의 표현보다 마음을 충만하게 한다. 특히 가족 사이를 더욱 플로리시하게 해주는 방법이 ‘존재에 대한 고마움’을 자주 표현하는 습관이다.
   
요즘같이 힘든 시절에 돈 안 드는 보약, ‘말 보약’을 주고받으며 살자. 가족 간, 동료 간에, 일터의 고객과 환자에게. 독약 같은 말이 줄어들고 보약 같은 말이 넘쳐나는 부산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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