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자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이웃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참극이 발생했다. 범인은 방화 후 아파트 계단에서 대피한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가해했으며, 피해자 중에는 70대 노인과 12세 어린이도 있는 등 대상을 가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묻지마 범행’의 심각성을 여실히 목격할 수 있는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형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범인이 범행 당시 술을 마시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데다, 방화 후 주민들이 대피하러 몰릴 게 뻔한 계단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는 자신이 10일가량 일했던 한 기관의 사무실에 갑자기 들어와 다짜고짜 여직원을 폭행했다고 한다. 이웃 주민들로부터 범인이 평소 욕설을 자주 하는 등 갈등을 일으켰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번에 피살된 10대 여고생은 범인의 상습적인 위협이 두려워 자신의 집 앞에 폐쇄회로 TV까지 설치했다.

11년 전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일어난 사건과 유사하다. 당시 범인은 자신의 방에 불을 지른 뒤 연기를 피해 복도로 뛰어나온 사람들에게 마구 흉기를 휘둘러 13명의 사상자를 냈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형 범죄였다. 이번 사건 역시 범행 수법과 범인의 행태를 보면 아파트 주민들을 겨냥한 계획적 범죄일 공산이 크다. 이번 사건의 범인이 조현병을 앓았다는 얘기가 있지만 아직 정확한 범행동기는 밝혀진 게 없다. 경찰은 한 점 의문의 여지 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범행이 워낙 잔인하고 끔찍했던 터라 후유증 또한 극심하다. 주민들은 넋을 놓은 채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다. 특히 노약자의 충격이 클 것이다. 생계 보조, 심리 상담 등 다각적인 피해자 지원이 시급하다. 수습이 늦어지면 지역사회의 민심은 흉흉해질 수밖에 없다.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은 조속히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세심한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사회안전망을 재점검해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