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외인(出嫁外人). 여자는 결혼하면 태어나고 자란 집을 떠나서 남편의 집, 곧 시집의 식구가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학에 막 입학했던 36년 전 한 선배는 출가외인에 대한 편견을 깨는 놀라운 말을 했다. 우리 민족의 전통은 남녀 균등 상속이라는 것이다. 제사를 모시는 우리 미풍양속은 장자 상속이란 전통을 만들었다고 여겼는데, 남녀 균등 상속이라니. 수긍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조선 시대 기본법전인 ‘경국대전’에는 아들과 딸에게 차별 없이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주도록 사례별로 자세히 명시돼 있다고 했다. 균등 상속에 따른 의무 역시 아들과 딸이 같았다. 제사는 자녀가 돌아가면서 지냈다. 남녀 균등 상속 전통은 조선 중기까지 지켜졌다고 하니, 무려 300년 가까이 법적으로 보장받은 셈이다. 지금의 남녀 균등 상속은 1991년 가족법 개정으로 법제화된 것이니, 우리 전통을 되찾는 데 30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출가외인에 대한 또 다른 편견은 가족명이다. 여성이 결혼 후 가족명을 가져가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정도뿐이란 사실을 알고 좀 많이 놀랐다. 양성 평등의 나라라고 여겼던 미국도 여성이 결혼 후 남편의 가족명을 따르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없었다. 1992년 미국 대선으로 퍼스트레이디가 된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결혼 후 7년 동안 로댐이란 가족명을 사용하다가 1982년 남편의 아칸소 주지사 선거 때 보수사회의 표를 의식해 포기했다.

미국 할리우드 스타 배우인 앤젤리나 졸리가 브래드 피트와 공식 결별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가족명에 대한 설명이 눈에 띄었다. 졸리는 이혼 절차에 따라 법적 이름 뒤에 따라붙던 남편 성인 ‘피트’를 떼버리고 앤젤리나 졸리로 이름이 복원됐다고 돼 있었다. 졸리의 원래 이름은 앤젤리나 졸리 보이트였지만, 원로배우인 아버지 존 보이트와 관계가 소원해 보이트란 성도 쓰지 않았다. 이름에 대한 나름의 고집이 엿보인다.

이름뿐만 아니다. 섹시스타인데도 007 시리즈에서 본드걸이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이유는 제임스 본드 역을 맡고 싶어서였고, 그 꿈은 스파이 영화 ‘솔트’의 주연을 맡으면서 이룬 셈이다. 졸리는 왕성한 자선 사업을 펼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니세프 친선대사였고, 이때 공로로 UN 기자단으로부터 ‘세계시민상’을 받았다. 졸리는 수입의 3분의 1은 쓰고, 3분의 1은 남한테 주고, 3분의 1은 저축하는 자신의 룰을 만들어 엄격히 지키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개성과 주관이 강한 배우인 듯하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