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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터치] 공동체의 도리 /송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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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4-21 19:00:0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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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4월 16일이 지났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한 평범한 날이었다. 다만 무겁고, 먹먹하고, 울컥 화가 치미는 기분이 내내 가시지 않았다.

출근길 버스에서 들은 라디오 앵커의 흐느낌, SNS에 계속 올라오는 미안하고 반성한다는 사람들의 글, 폐허가 된 세월호의 사진을 실은 신문들, 이해할 수 없는 정부의 대응을 다시 보여주는 방송 때문이었다.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세월호에 대한 기억을 나눴고, 업무 미팅을 했던 분들과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사진전에 들렸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자동차 뒤 유리에서, 메신저의 프로필에서, 그렇게 주변 곳곳에서 노란 리본들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기 때문에 그랬다.

아마도 다들 비슷한 기분으로 보내셨을 것 같다. 이 좋은 봄날, 청량한 바람이 기분 좋게 꽃들을 간지르는 4월의 시간은 가고 있어도, 2014년 4월의 시간은 아직 멈춰 있다. 중력이 클수록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한다던데, 슬픔도 무게가 있는 것 같다.

몇 번의 봄이 지났는데도 그날의 시간만은 멈춘 채 흐르지 못하고 사람들 곁에 머무르고 있다. 시간도, 마음도 휘게 만드는 그 슬픔의 크기를 가히 짐작하기 어렵다. 그렇게 참사의 기억을 기어이 부여잡고, 미안해하고, 용서를 구하며 보내지 않고 있는 분들 덕분에 부끄럽지 않은 공동체가 되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무겁고 먹먹하고 아프고 울컥 화가 치미는 기분과 함께 참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속한 공동체의 사람들이 슬픔과 아픔을 공감하고, 한 걸음 더 행동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위안과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애도하고, 전시회를 만들고, 추모제를 열고, 비통에 쌓인 글들을 올리며, 공동체가 마땅히 해야 할 바른 길을 앞장서서 보여주는 이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행동하는 기억 4·16’ ‘기억과 진실의 약속’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고 행동하겠습니다’ ‘다섯 봄, 기억이 저항이다’ 등등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추모하며 나온 구호와 다짐들. 전시회와 추모제의 제목들은 희생된 이들과 유족을 위로하면서 동시에 우리 공동체가 가야할 방향을 가리킨다.

여전히 세월호의 바다에 잠겨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구원하는 길이자, 재난과 참사로부터 우리 사회를 구조하는 나름의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도 더러 있다. 공동체가 품어야 할 다양함일 수도 있겠지만, 상처를 쑤시고 덧나게 하는 악랄한 이들까지도 일반화할 이유는 없다. 위기에 처한 이웃의 고통을 방치하고, 다른 고통과 비교해 모멸감을 주고, 피해자를 구조하고 치료하는 일들을 방해하고, 극단으로 치달은 막말들로 공동체를 모욕하는 자들은 방치나 포용이 아니라 적극적인 격리가 필요하다. 공동체의 권한을 위임받은 이들의 의무이다.

그렇게 세월호 참사는 공동체의 도리에 대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많은 이가 그에 답했다. 왜 세월호만 유난이냐는 말에 삼풍백화점 참사의 생존자는 진실은커녕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기 때문에 세월호는 기억돼야 한다고 인터넷에 글을 남겼다. 추모시 ‘그 슬픔이 하도 커서’를 쓴 이해인 수녀는 “세월호를 그만 잊자는 말에 기억하는 것조차 안 하면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최소한의 사랑의 표현”이라고 인터뷰를 했다. 세월호 생존 학생,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천안함 생존 장병 연구 등을 해온 김승섭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애도해야 하고, 참사의 상처와 함께 계속 살아가기 위해 ‘기념’해야 한다고 신문에 기고했다. 그는 그것이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우리가 인간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어느덧 5년이 지났고, 이제 6년의 시간으로 흐르고 있다. 아마도 10년, 20년이 흘러도 어김없이 봄은 돌아오고, 다시 흘러가겠지만 2014년 4월의 시간만은 순환되지 않고 우리들의 발밑에, 가슴에, 머리 위에서 여전히 멈춰 있을 것이다. 그래서 때때로 무력감과 절망감이 들기도 하겠지만, 그 시간을 기억하고 반성하고, 행동하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플랜비문화예술 협동조합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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