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잊히지 않는 것, 잊혀선 안 되는 것 /조충영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21 19:00:47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어여쁜 꽃이 피고 지는 봄이 한창이다. 이런 4월을 잔인하다고 읊은 시인도 있다. 우리에게도 4월은 아픔이 있는 달이다. 세월호다. 죽음과 관련해 종교 및 철학자들이 말하고 있고, 범부들도 나름의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과 관련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든 세월호에 희생된 우리 아이의 죽음이 비극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한 철학자는 죽음을 1, 2, 3인칭으로 분류해 의미를 설명한 사람이 있다. 1인칭의 죽음은 자신의 죽음이기에 인지할 수 없다. 3인칭의 죽음은 나와 무관한 남의 죽음이다. 해서, 안 됐다는 정도로 인식할 뿐 사실 나에게 와 닿지 않는다. 2인칭의 죽음은 너의 죽음이다. 나와 교감하던 사람의 죽음이다. 이러한 2인칭의 죽음에서 우리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경험하게 된다.

국가나 사회를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동체에 대한 믿음이다. 공동체를 위해 협력하면 기꺼이 나를 보호해준다는 믿음 말이다. 그런 믿음이 있기에 나의 이익을 나누고 심지어 목숨까지 바친다. 같은 공동체라는 것은 운명을 같이한다는 것이고 그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일은 남의 일이 아니며 공동체 구성원의 불행한 죽음도 나와 무관한 3인칭의 죽음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너’의 죽음으로 여기고 안타까워하며 이러한 태도를 공감이라 한다. 공동체 구성원의 슬픔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면 공동체가 유지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은 곧 나의 일이 된다. 세월호는 이러한 공감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인간의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슬픔이고 비극이지만 말이다.

세월호 유족들을 향해 차마 인용하기조차 부끄러운 막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그가 도대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뭘로 보는지. 국민의 생명을 무시하는 정부여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인지. 그 말을 한 사람과 같은 정당의 어떤 사람은 ‘막말로 유족들에게 아픔을 드렸다면 유감’이라고 말한다. 유감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차지 않아 못마땅하고 섭섭한 느낌’ 이다. 어디에도 미안하다거나 죄송하다는 뜻은 없고 오히려 말하는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뿐이다. 즉 그런 일을 왜 벌여가지고 성가시게 하느냐는 말이지 사과의 의미는 아니다. 세월호가 안전불감증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가 났을 때의 대응이 잘못됐다는 데 있다. 아무리 철저한 대비를 해도 사고 확률을 줄일 수 있겠지만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해서, 사고가 일어난 것을 가정하여 이런저런 훈련이나 연습을 하지 않는가.

세월호가 피할 수 없는 사고이고 그 때문에 우리 아이가 잘못되었다면 이렇게까지 부끄럽고 미안하고 슬프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피지도 못하고 지금껏 살아 있다면 이 화려한 봄을 즐겼을 아이들을 그때 살릴 수 있었음에도 그러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왜 이들을 구하지 못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적지 않다. 왜 대피명령을 내리지 않았는지, 만약 내렸다면 왜 전달되지 않았는지, 언론은 왜 사실이 아닌 보도를 했는지 등등에 관해 누구의 처벌 여부를 떠나 사실이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이러한 슬픔이 없을 테니까. TV에 나온 학생 어머니 한 분이 더는 미안해 하지 말고 행복하게 지내다가 자신들이 힘들 때 손잡아 달라고 말하던데, 이런 분들을 돈 때문이라고 조롱한 사람들이 있다니.

왜 우리는 이 정도의 나라밖에 못 만들었을까. 세월호에 발목 잡히지 말고 미래를 위해 나아가자거나 이제 그만하자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데 뭘 더 나아간다는 말인가.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이보다 더 시급한 일이 뭐가 있다는 말인가.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수백 년 전 조상의 제사는 매년 지내면서 우리 책임으로 보낸 애들을 기억하는 게 지겹다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역지사지’가 무슨 뜻인지 묻고 싶다.
그나저나 우리 아이들은 하늘나라에서는 평온하게 잘 지내고 있어야 할텐데.

변호사·법무법인 국제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부산교통공사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불안해 다니겠나”…부산대 학생들 휴교까지 거론하며 격앙
  2. 2부산여행 탐구생활 <18> 영도 깡깡이마을
  3. 3[세상읽기] 90년대생이 몰려온다 /원성현
  4. 4마라 유행의 시작은 ‘훠궈’…대륙의 화끈한 맛 재현
  5. 5마동석 주연 그대로, 할리우드판 ‘악인전’ 만든다
  6. 6근교산&그너머 <1126> 제천 금수산
  7. 7현대중공업 본사 이전 반대 파업·상경투쟁
  8. 8A형 간염 예방 접종 갔더니…“주소지 보건소로 가세요”
  9. 9산·호수 위 거닐 듯…짜릿한 ‘하늘 산책’
  10. 10[조황] 완도 50㎝ 대물급 돌돔 짜릿한 ‘손맛’
  1. 1文 “5·18 맞아 광주시민께 너무 미안”
  2. 2광주 찾은 황교안, 시민들 항의 몸싸움
  3. 3정부, 개성 기업인 방북승인
  4. 4盧 서거 10주기 앞둔 부산, 추모열기
  5. 5문 대통령, 취임 3년 첫 靑비서관 인사
  6. 6트럼프 내달 하순 방한…동맹강화 논의
  7. 7"리비아 피랍 60대 315일 만에 석방"
  8. 8바른미래당, 투톱 손학규-오신환 정면충돌
  9. 9집권 3년차 첫 靑비서진 개편…'분위기' 쇄신·'성과' 도출 의지
  10. 10김현아 의원, ‘文 대통령 한센병’ 비유 결국 사과
  1. 1환율 1200원 코앞…수출 반등 호재냐, 원화 경쟁력 악재냐
  2. 2두산위브더제니스 하버시티, 북항재개발 수혜 ‘미니 신도시’…매축지마을 랜드마크 단지로 급부상
  3. 3 세무당국 주택취득자금 출처조사 강화
  4. 4힐스테이트 명륜 2차, 명륜 1호선 초역세권에 첨단 주거시설…‘힐스테이트 타운’이 선다
  5. 5미국, 자동차 관세 6개월 연기…추후 한국산은 면제 전망도
  6. 6동래 행복주택 내달 입주자 모집…모든 가구 에어컨·가스쿡탑 설치
  7. 7부산 제로페이 가맹점 1만 곳 목표로 뛴다
  8. 8내년 500조 넘는 ‘슈퍼예산’…정부, 적자에 빚잔치 우려
  9. 9제조·스마트기술 융합 국제기계전 22일 개막
  10. 10기아차, 부산에 국내 첫 전기차 전용 정비장 설치
  1. 1여경 ‘무능’ 논란에 풀영상 공개
  2. 22019 다이아몬드브리지 걷기 축제
  3. 3경찰간부 여성화장실 훔쳐보다 덜미
  4. 4조현병 남성 부산 편의점서 흉기 난동
  5. 5부산 분식집 여주인 살해 60대 검거
  6. 6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스파랜드서 불
  7. 7'아내 폭행치사' 유승현 전 의장 구속
  8. 8기상청 “전국날씨 비소식”
  9. 9전동 킥보드 11살 어린이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 검거
  10. 10대림동 여경 논란… “치안조무사” “무능” VS “무전 지원요청” “제압에 도움”
  1. 1권아솔 인스타에 쏟아지는 비판
  2. 2최동원 동상 밟고 사진 찍은 부산대 사과
  3. 3맨시티, FA컵 우승…트레블 달성
  4. 4김기태 KIA감독 자진 사퇴
  5. 5‘21골’ 호날두 VS ‘22골’ 자파타 대결
  6. 6빙속여제 이상화 SNS로 은퇴소감 전해
  7. 72019 여자 월드컵 나설 23인 확정
  8. 8‘창 VS 방패’ 잉글랜드·네덜란드 네이션스리그 준결승 나설 소집 명단 공개
  9. 9진민섭, 부산국제장대높이뛰기 2위…5m20
  10. 10 도스 안요스 연패 탈출인가? 케빈 리 웰터급 티이틀 합류일까?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오거돈 부산시장
부산정치인의 말말말
부산정치인의 말말말-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나는 느린 도시가 좋다
두 强기업의 즐거운 도시 실험
기고 [전체보기]
대체거래소 설립 논의, 시기상조 아닌가 /강병중
세계가 주목한 대만의 건보 개혁 /천스중(陳時中)
기자수첩 [전체보기]
‘공포마케팅’ 후속 조처 중요하다 /이승륜
꼼수 내놓기 급급한 코스트코 /박동필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정치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삶의 존엄, 죽음의 존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진흙 속의 진주 국악
느린 호흡의 의미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네이버가 노리는 것 /정옥재
부산 과거에서 미래를 찾다 /하송이
도청도설 [전체보기]
도시동맹과 부산
호프 회동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익산 팸투어의 감흥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포항 꽁치 다대기 추어탕
밀면과 부산의 여름
사설 [전체보기]
지역경제 살릴 대안 연대경제, 지자체 등 관심 가져야
르노삼성 노사 속히 재협상 나서 후폭풍 최소화하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상대빈곤율 17.4%가 의미하는 것
행복, 복지국가, 그리고 비례대표제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누구나 독대를 꿈꾸는 명화
고난의 역사 견뎌낸 명화
이홍 칼럼 [전체보기]
파괴적 정쟁 역사의 데자뷔
기업인이 알아야 할, 여성들의 정보탐색법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지역균형발전은 시혜성 선물이 아니다
조현병 범죄 해법의 딜레마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젊음과 신록의 계절 5월
라일락의 계절 4월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과 숙취
호날두와 마데이라 와인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비오는 날 친구를 기다리다
개 짖는 소리에 세상을 알다
  • 2019 다이아모든브리지 걷기축제
  • 낙동강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