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담을 갖는다. 북·러 정상회담은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만남 이후 8년 만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회담 의제를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정치·외교적 해결”이라고 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처음으로 열리는 한반도 주변국과의 비핵화 관련 회담이라 그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러시아에 비핵화 방법과 유엔의 대북 제재 등 현안에 대한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제재에 걸려 당장 올해 말까지 러시아에서 일하는 자국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송환될 처지인지라, 이 문제의 해결을 포함한 경제협력도 북한으로선 요긴한 사안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단계적·동시적 이행이란 북한의 주장을 지지하는 우방이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 결의를 거스르기 어려운 처지여서 한계가 엄연할 수밖에 없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할 점은 대북 제재보다 비핵화 협상 방식이다. 일본 NHK는 러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북핵 6자 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안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며, 러시아가 이미 미국과 중국에 이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북핵 6자 회담은 2003년 시작됐으나 비핵화 검증 방법을 둘러싼 북미 갈등으로 2008년 12차 회담을 끝으로 중단된 바 있다. 물론 남북한과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회담 당사자가 6개국이나 되는 터라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핵화 방법에 관한 북미의 시각 차가 너무 커 회담이 파국 위기에 몰린 만큼 나머지 국가의 개입을 통해 타협과 절충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일본도 북한과 정상회담을 열어 북일관계를 개선하길 바라고 있다. 북·러 회담에 이어 중·러, 미일 등 한반도 주변국들의 정상회담이 연달아 개최된다. 일본은 미국에 대북 대화 주선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자협상 구도로 변해가는 조짐이다. 우리 정부는 그 추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존 틀에 문제가 생기면 새로운 틀을 짜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