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조현병 범죄 해법의 딜레마

강제입원·인권 보호 충돌, 어렵지만 최적 접점 찾고

손발 역할 정신건강센터, 제기능할 수 있는 방안 등 획기적 정부 대책 내놔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또 한차례 ‘조현병(정신분열증)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의 후폭풍이 전국에서 거세다. 부산 북구 금곡동에서는 정신질환자 공동생활 시설 건립을 놓고 인근 주민들이 절대 불가하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신도시에서도 정신질환자 병상 120여 개를 갖춘 병원의 개원을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조현병 환자 이웃으로부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끔찍한 일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낳은 또 다른 모습이다.

여느 때 같으면 언론에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 데다, 이들 지역 주민의 반발 또한 시큰둥하게 여겨질 만한 사안이다. 자기 지역만 생각하는 ‘님비 현상’의 하나로 치부할 수 있어서다. 물론 이들 주민의 반대에 맞서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지 말고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런 원칙론적인 말로 해당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자기 집 주변에 이런 시설이 들어선다면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탓이다.

진주 사건 이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구멍 뚫린 강제입원 제도, 경찰 등 국가기관의 미온적 대처, 부실한 정신질환자 고위험군 관리 체계 등으로 요약된다. 이런 지적들을 두고 대책을 위한 다양한 논의도 이어졌다. 대체적인 여론은 확산하는 ‘조현병 포비아’를 반영하듯 정신질환자를 강제로라도 입원 치료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들의 비자의입원(강제입원) 여부를 법원이 판단하는 ‘사법입원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그 중 하나다. 요컨대 정신질환자를 마냥 방치할 게 아니라 국가기관이 더욱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다면 왜 이런 사건이 꼬리를 물겠나. 강제입원 기준이 모호한 데다 질환자의 인권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서다. 사실 현재 맹점이 있다는 강제입원 제도 또한 그 산물이다. 2년 전인 2017년 개정된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요건을 엄격하게 한 게 핵심이다. 가족이 환자 의사와는 무관하게 멀쩡한 사람을 병원에 가두는 등 악용을 막자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데 진주 사건 이후 개정법의 맹점이 드러나면서 다시 정신보건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생각만큼 간단치 않은 조현병 범죄 해법 마련의 딜레마다.
지난 1월 자신의 환자로부터 변을 당한 고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사법입원제 도입 등을 포함한 이른바 ‘임세원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강제입원 필요성과 환자 인권 보호라는 가치가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는 까닭이다. 물론 진주 사건 이후 강제입원을 옹호하는 여론이 늘어난 건 분명하지만, 여전히 임세원법의 연장 선상에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단순해진 여론만 마냥 좇아 속 시원한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이유다.

어쨌든 사회도, 환자도, 가족도 모두가 불행한 조현병 범죄를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 비록 어려운 사안이긴 해도 진주 사건을 계기로 국가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것은 분명하다. 정부 또한 조만간 장기종합계획을 수립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국 정신건강보건센터에 등록된 정신질환자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관리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관건은 또 다른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큰 사건 발생 이후면 여론에 몰려 으레 발표하는 반짝 대책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정부 대책에는 강제입원 사항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논란이 되는 강제입원과 인권 사이 최적의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지속 가능한 정부의 관심이다. 법적이고 제도적 문제도 필요하지만 결국 요체는 이를 실행할 손발이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 전국 지자체 산하에 정신건강보건센터가 있지만 제대로 체크되지 않았다. 인력이 부족한 데다 그마저 계약직으로 고용이 불안하니 제대로 된 관리는 언감생심이다. 아무리 좋은 대책을 내놓은들 기초적인 조사와 관리가 부실해서야 백약이 무효다. 결국은 예산이다. 이번 정부 대책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임세원법의 당사자인 임 교수 유족은 ‘안전한 진료 환경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고인의 유지였다고 전한 바 있다. 임 교수든, 진주 사건 피해자든 이토록 황망하고 억울한 죽음도 없다. 이들을 해친 가해자야 합당한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과도한 ‘조현병 포비아’로 혐오 정서가 확산되는 것 또한 모두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조현병 환자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임 교수의 뜻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부산교통공사

 많이 본 뉴스RSS

  1. 1‘마늘’로 만든 춤, 인도네시아 간다
  2. 2출발 좋은 K7프리미어…사전계약 8000대 돌파
  3. 3아! 1타 차…박성현 아쉬운 메이저 준우승
  4. 4부산 유일 최우수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 선정
  5. 5우정노조 총파업 투표 가결 여부 25일 판가름
  6. 6매직 갈라쇼부터 버스킹까지…세계 정상 마술사들 부산 달군다
  7. 7번호표 거래·가짜 수표 등장…“미계약분 분양 제도 개선을”
  8. 8학교 비정규직 내달 총파업 땐 학생에 빵·우유 제공
  9. 96월 모평 결과 나왔다, 이젠 유사 학과 분석해 합격 가능성 높여야
  10. 10말도, 탈도 많은 북구 명칭 변경…서명에 아파트 경비원까지 동원
  1. 1한국당, '국회 정상화 합의안' 추인 불발
  2. 26월 국회, '반쪽' 정상화…이달 내 추경처리는 사실상 무산
  3. 3‘세월호 유가족 징하게 해쳐먹는다’…차명진 의원 과거 막말 보니
  4. 4여야, 국회 정상화 전격 합의…80일 만에 정상 가동
  5. 5폼페이오, 북미협상 곧 재개 시사 "아주 진정한 가능성"
  6. 6김영춘 의원, 네이버의 지역언론 차별 해결책 요구
  7. 7"트럼프, 방한기간 DMZ 방문 검토 중"…북핵관련 메시지 주목
  8. 8여야대표 국회 정상화 합의 국회 80일만에 정상 가동
  9. 9“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 적법성 중요” 당내서 부쩍 제 목소리 내는 김해영
  10. 10한국당, 삼척항 찾아 안보공세 강화
  1. 1출발 좋은 K7프리미어…사전계약 8000대 돌파
  2. 2번호표 거래·가짜 수표 등장…“미계약분 분양 제도 개선을”
  3. 3부산지역 관용차량 르노삼성차 사주기 전개
  4. 4UAE 한국형 원전 정비사업, 국내업체 ‘반쪽수주’
  5. 5“대기업 편법출점 골목상권 잠식…국회 뭐하나”
  6. 6부산해양수산발전포럼, 25일 한국해대서 열려
  7. 7어업재해율, 다른 산업의 최대 12배…‘30세 미만’ 사고는 평균의 3배 육박
  8. 8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 작년에도 세계 6위 그쳐
  9. 9거창 흉물 미완의 숙박시설…공공임대주택 추진
  10. 10내년 강력 해양환경 규제…저유황유 확보 비상
  1. 1“피트니스 모델 류세비 아닌 뮤지컬배우 박혜민…” 오보에 질책 잇따라
  2. 2부산역 3층서 투신한 일본인 사업가 숨져… ‘51억 추징금’ 신변 비관 추정
  3. 3권성동 1심 선고… ‘강원랜드 채용비리’ 앞선 구속영장 기각 이유는?
  4. 4음주운전 처벌기준 25일부터 어떻게 강화되나, 벌금 최대 ‘2000만 원’
  5. 5감만2동 우암로 잇는 도로 27년만에 첫삽 뜬다
  6. 6음주운전 처벌기준 강화 ‘58년 만’… 최대 무기징역 구형, 면허 정지·취소 기준
  7. 7싸이 참고인 조사 양현석 전 대표 조만간 소환 조사
  8. 8술취한 40대 여성 8층서 창밖 내다보다가 추락사
  9. 92호선 지연 운행… “실검에 2호선 있는거 보니” “반대편 3번, 여긴 0번” 분통
  10. 10‘IMF 촉매’ 한보그룹 정태수 사망설 진실은… 아들 정한근 국내송환 ‘답은 곧’
  1. 1조지나 로드리게스 호날두와 함께한 휴가 “아모레 미오”
  2. 2부산 유일의 남자프로골프단 우성종합건설, KPGA 투어 개최
  3. 32019 코파아메리카, 아르헨티나-카타르전 메시 출격... 전반 1-0 종료
  4. 4부산 연고 첫 여자프로농구단 BNK썸농구단 창단
  5. 5정찬성 7개월 만의 재기… 58초 TKO 승리 ‘좀비처럼 부활’
  6. 6이동국, 얼굴로 받아낸 뜻밖의 ‘득점 찬스’ ... 개인 통산 최다골 219호골
  7. 7김진우 롯데 자이언츠 통한 국내 재기 불발… “입단 테스트 불합격”
  8. 8박성현 1타 제치고 생애 첫 LPGA 우승한 한나 그린은 누구?
  9. 9아! 1타 차…박성현 아쉬운 메이저 준우승
  10. 10'맹추격' 박성현, 아쉬운 1타 차 2위…우승은 그린
강동수의 세설사설 [전체보기]
새해 개천에서 용이 나려면
1919년 그리고 100년, ‘잡화엄식(雜華嚴飾)’을 꿈꾼다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2030엑스포 개최에 관한 간절한 소망
나는 느린 도시가 좋다
기고 [전체보기]
‘국가균형발전 2.0’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종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소주 한 잔도 단속대상 /류해국
기자수첩 [전체보기]
회동수원지 오염만은 막아야 /신심범
어린이집 종일반 의무화의 이면 /황윤정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나이 듦의 미덕’이라는 어려운 과제
누구를 위하여 ‘경제의 종’은 울리나
김정현 칼럼 [전체보기]
기꺼이 불효를 저질렀습니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국악, 월드뮤직을 꿈꾸며
진흙 속의 진주 국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예술이란 이름으로 /정홍주
장애학생은 어디로 가야 하나 /최영지
도청도설 [전체보기]
논란의 스펙
BTS와 이우환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낭독의 문화
익산 팸투어의 감흥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영혼 적셔주는 시락국 한 그릇
우동, 일본은 면발 한국은 국물 중시
사설 [전체보기]
소규모 공장 밀집 서부산권 미세먼지 규제책 세워야
14년째 동결 절단장애인 보장구 보조금 불합리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정년, 노인 연령 기준 그리고 노인 복지
상대빈곤율 17.4%가 의미하는 것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고흐보다 더 아파보였던 의사
누구나 독대를 꿈꾸는 명화
이홍 칼럼 [전체보기]
창의성, 한국기업의 다음 생존전략
파괴적 정쟁 역사의 데자뷔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부울경 시장·도지사의 바닥 지지율
양날의 칼 양정철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플래툰과 현을 위한 아다지오
젊음과 신록의 계절 5월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이탈리아 와인의 다양성
와인 숙성과 설렘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1952년 부산 영도 해안
비오는 날 친구를 기다리다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시민초청강연
  • 번더플로우 조이 오브 댄싱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