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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산 인문학 현재성을 위하여 /남송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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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5-21 19:34:3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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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2년이 되어간다. 법까지 제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가 점점 쇠퇴하여 법으로라도 강제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떠한가?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회자됐다. 문학 역사 철학 예술로 대변되는 인문학 관련 전공 영역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과 기피 현상이 맞물리면서 급기야 대학의 관련 학과들이 통폐합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인간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성찰의 학문이랄 수 있는 인문학까지 집어삼키는 형국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대학의 인문 교육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대학 밖의 현실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인문학 열풍이라 불릴 만큼 대중의 인문학 강좌에 대한 관심과 열의는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었다. 압축적 근대를 경험한 한국 사회가 놀라운 경제적 성취와는 달리 여전한 사회적 부조리와 부패, 물화된 우리 사회에 대한 염증이 인문학에 대한 열망으로 표출된 듯하다.

인문학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우리의 삶을 좀 더 인간다운 삶으로 변화시켜나가는 데 있다. 그래서 인문학은 단순히 고전에 대한 이해와 지식 차원의 향유로 그쳐선 안 된다. 그것을 딛고 혹은 한 걸음 나아가 삶에 대한 깨달음과 실천으로 이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자신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인으로 인문학이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광풍에 가까운 인문학의 열풍 속에서도 오히려 더 물화되고 행복지수는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 역설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인문학 열풍이 사회적 차원에서의 인문적 삶을 제공해주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냉정하게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먼저 인문학 공부를 통해 일시적 힐링을 받았을지 몰라도 삶 차원에서의 체화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문학 강의가 곳곳에서 개설되고 수강생 숫자가 가파르게 상승한 현실과는 달리 우리 사회가 점점 더 강퍅해지는 이유 역시 인문학의 본령이기도 한 자기성찰과 체화를 동반하지 않은 지식 위주의 프로그램과 무관하지 않다.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인문학은 지식에 대한 허기와 욕망을 채워줄지언정 인간의 삶을 바꾸지는 못한다. 지금의 인문학의 열풍은 말 그대로 뿌리 없는 부초처럼 떠돌다가 사라지는 유행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열풍을 다시 생명력 있는 인문학으로 뿌리내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문학 공부를 ‘지금, 이곳’의 인문학으로 체화해야 한다.

인문학 공부의 텍스트가 되는 고전은 사실 지금의 텍스트가 아니다. 그러므로 ‘지금’이란 의미 속에는 고전의 현재화라는 과제가 일차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고전의 내용을 현재적 의미로 해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고전의 의미를 현재의 문맥으로 재해석할 눈을 키워야 한다. 참된 인문학 공부는 궁극적으로는 자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스스로 텍스트를 읽어내고 해석하는 힘을 지닐 때, 인문학 공부의 트임 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인문학을 ‘지금’의 의미로 재해석하는 일과 함께, ‘이곳’화하는 작업 역시 중요하다. 인문학의 궁극적 목적이 인간의 삶의 가치를 바꾸는 데 있기에 삶이 구체화되는 장소인 ‘이곳’에 대한 철저한 사유 없이는 실효성을 거두기 힘든 까닭이다. 인문학이 지향하는 보편성과 함께 구체적인 삶의 터전에 바탕을 둔 인간 이해 없이는 모래 위에 지은 집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의미에서 부산학을 넘어서는 부산 인문학이란 지역성의 설정은 필수 불가결하다. 부산대의 지역 인문학, 한국해양대의 바다 인문학, 부경대에서 시작된 해양인문학, 나아가 해역 인문학 논의를 연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전히 각개 전투식으로 고군분투하는 부산의 민간 인문학 단체들과 학민 협의체 구성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그 첫걸음으로 우선 뜻있는 인문학 단체들이 공론의 장을 마련하여 부산 인문학의 현 단계를 성찰하고, 그 미래를 논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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