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하게 진행될까 싶었던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놓이면서 신북방 정책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 남북 철도 도로 연결 등 각종 협력 사업에도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더욱이, 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가 확정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치(招致)해 남북협력 사업 에 불을 지피려던 부산의 기대도 한풀 꺾인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북미 비핵화 협상 성공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과 행보를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하고 추후 대북경협이 원만히 개시될 경우 우리의 실리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지방정부와 민간차원의 지원과 노력 또한 적극적으로 이행될 필요가 있다.
그 가운데, 우리 부산이 대륙과 해양을 잇는 가교이자 남북철도 연결 시 거점 물류 도시로서 그 성과를 향유하는 데 가장 근접한 만큼 신북방 협력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개발해야 할 것이라 생각되어 다음 4가지 방향을 제안해 본다.
첫째, 도시 외교 차원에서 북한의 주요 도시들과 협력 프로젝트를 더욱 공고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오거돈 시장이 이미 방북을 통해 의견 교환도 한 바 있으므로 이런 노력을 더욱 구체화하여 부산이 대북 도시협력의 선제적 모델 역할을 충분히 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 원산과 부산의 해수욕장 운영 노하우 교류 등 이미 의제에 올라온 리스트 사업에 대해 이제는 시행 방안의 각론을 논의할 때다.
둘째, 대륙과 해양을 잇는 부산의 물류거점 역할을 더욱 부각하기 위해 중국 일대일로와의 연계 협력을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는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가 분산, 이원화되어 있지만 이를 더욱 확장하면 부산이 양 실크로드의 동시 출발점이자 종착지점이 될 수 있다. 즉 육상 실크로드는 부산에서 출발하는 한반도 철도 혹은 아시안하이웨이를 경유하면 중국의 육상 실크로드와 접목이 가능하다. 또 해상 실크로드의 경우에도 지금은 광저우 부근 샤먼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이를 부산까지 연장하면 부산~광저우~상하이~말라카해협~인도양~아프리카 동부로 이어지는 전체 해로가 연결된다.
셋째, 중국 동북 3성 및 러시아 극동 등 북한 접경지역과의 경제협력 프로젝트 개발과 참여를 통해 우리 경제영토 확대와 물류 인프라 보강 이후의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특히 자루비노~지린, 보스토니치~하얼빈 등 2개 프리모리예(운송경로)가 2025년이면 보강 혹은 완공될 예정인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북한의 나진·선봉 지역이나 러시아 극동에서 생산된 물자를 이들 노선을 통해 중국 내륙시장으로 확산하고, TSR·TMR과 연동하여 서부 유럽까지 관통하기 위해서다. 우리 부산기업들은 이런 시기가 다가오기 전에 러시아 연해주나 중국의 훈춘, 연변 등 국경 지역에 생산 및 조립 거점을 마련해서 운송 기반 개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넷째, 현재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경협 금융기구 부산 유치 노력과 함께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등 기존 국제개발은행이나 세계은행(WB) 등과의 협력네트워크를 적극 가동할 필요가 있다. 국제금융기관이나 민간 펀드 등과의 협조 및 연계를 통해 북한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 상품 개발 등 실질적 논의 성과를 가시화시킬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대북개발은행 설립 또한 보다 현실적인 과제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과거 20년 전 KOTRA 재직 시 북방정책 초기 전개과정에서 동구권과의 경제관계 개선, 조총련계 기업을 활용한 대북 프로젝트 추진 등 실무자로서 간여한 경험이 있다. 특히 10년 전에는 블라디보스토크 KOTRA 무역관 내에 러시아 극동 개발지원 센터를 설립하는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신북방정책’의 최전선인 중국 동북지역과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다시 뛰어들어 한반도 평화시대를 대비하는 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게 되어 개인적으로 감회가 새롭다. 성동격서(聲東擊西)라는 말처럼 북한 접경지역과의 교류를 강화하므로써 우리 부산이 대북 교류의 새로운 물꼬를 트는 데도 중요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하는 제2차 북방경제도시협의회 총회에서 실무의제를 조율하고 가시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사무총장으로서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이번 여정이 지금 어려움을 겪는 우리 부산기업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동해안 항구개발 등 대북한 협력 어젠다를 우리 부산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데 탄력을 제공할 수도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볼 각오다.
부산경제진흥원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