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대학의 건물 안전관리가 그러하다. 건축과 안전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고, 교수 등 전문가와 전공자가 수두룩한데도 건물 안전관리는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경대 동아대 경성대 동의대 한국해양대 부산교대 등 부산지역 6개 대학의 경우 현재 지은 지 30년 이상 된 건물 77동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을 점검하는 정밀안전진단을 받은 곳은 10동에 불과하다. 정밀안전진단 대상을 준공 40년 이상 건물로 제한한 현행법 때문이다. 지난 21일 발생한 부산대 미술관의 벽돌 붕괴사고는 이런 안전공백의 산물이다.

지난해 1월 시설물안전법이 개정되면서 지은 지 15년 이상 된 연면적 1000㎡ 이상 학교건물도 안전점검대상이 됐다. 그 전에는 제1종 시설물(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5만 ㎡ 이상 건물)과 제2종 시설물(16층 이상 또는 연면적 3만 ㎡ 이상 건물)만 대상이었다. 학교건물은 안전점검대상이 됐지만, 육안점검과 일부 계측기를 활용하는 정밀안전점검에 그친다. 정밀안전진단을 받으려면 건축연령이 40년 되길 기다려야 한다.

부산대도 장전캠퍼스 전체 건물 109동의 약 44%가 지은 지 30년 이상 됐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69동에 대해 정밀안전점검을 실시했다. 그 전까지는 육안점검에 머물렀다. 또 현행 시설물안전법에는 안전점검 때 건물 외관을 조사하도록 돼 있으나, 외장재 등 비구조재에 대한 점검 규정이 없다. 부산대 미술관이 안전점검에서 별 문제가 없음을 의미하는 B등급을 받고도 5개월 만에 외장재인 벽돌이 무너진 건 이 때문이다.

게다가 대학은 건물 안전점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현행 학교안전법상 초중고교는 안전점검 결과를 교육청이나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나, 대학건물은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학 측이 학생들에게 건물 위험을 숨긴 채 보수·보강을 미룰 가능성이 상존한다. 학생들은 오늘도 불안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