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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장기 관점서 미중 갈등 대응해야 /양평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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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6-09 19:32:5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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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협상이 결국 좌초되었다. 그동안 수세적 입장에서 협상에 임했던 중국이 국가 주권과 존엄의 훼손에 반대한다고 밝히고,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미중의 관세전쟁이 기술과 환율 문제를 포함한 전면적 경제전쟁으로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블랙리스트에 포함해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조처를 했다. 중국 상무부도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중국기업을 봉쇄하거나 공급을 중단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을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중 갈등은 이미 우리가 너무 잘 인지하는 중대한 위험이다. 두 나라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38.8%(홍콩을 포함할 경우 46.4%), 해외투자 의존도가 37.5%에 달하는 우리 경제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우리의 실물경제는 물론 환율과 자본시장에까지 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중국 위안화와 원화 환율 간에는 동조화가 심화되고 있다. 외국인이 소유한 채권 중 중국계 국부펀드가 보유한 비중이 21.2%로 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3배나 된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해외관광객 중 유커가(중국인 단체 여행객) 차지하는 비중은 31.7%에 달한다. 우리 경제가 중국발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음을 바로 보여준다.

미국이 모든 중국산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중간재 수출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동안 우리가 중국을 가공기지가 아니라 시장으로 인식하고 대중국 전략을 수정함으로써 미중 관세전쟁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75%가 중국 내수시장에서 판매되고, 중국 내에서 생산과 가공 과정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에 이용되는 비중은 5%에 불과하다. 재중 한국계 기업의 매출에서 현지 내수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하고, 미국을 포함한 제3국으로 수출되는 비중도 5%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중 마찰이 장기·상시화될 경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도 더욱 큰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미중 갈등이 야기할 위기에 대한 관리 능력을 갖추어야 할 때다. 특히 우리 경제가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닥치게 될 위험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미중 무역 분쟁에도 굳건히 버틸 안정적인 수출시장 구조를 만드는 노력을 배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신남방 정책과 신북방 정책의 내실화를 통해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동시에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 남방벨트 지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장기적 관점에서 미중의 전략경쟁을 바라보고, 새롭게 변화될 중국과의 협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미중 무역 마찰은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중국이 더욱 개방되고 제도적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우리 기업의 생산기지가 아니라 시장으로서 중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더욱 개방되고 국제화된 중국에 대한 새로운 진출과 협력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셋째, 미중 갈등이 무역전쟁과 기술전쟁으로 번지면서 우리가 받게 될 기회를 활용하는 동시에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미중의 기술패권 경쟁은 대중국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전자통신(ICT) 수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중의 기술패권 경쟁 과정에서 선택을 요구받게 될 수도 있다. 특히 화웨이 규제 참여 요청에 대해서는 관련 기업과 철저한 공조가 필요하며, 유럽 국가들의 대응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미중 기술경쟁으로 중국의 기술 추격이 둔화되는 기회를 이용하여 기술 격차를 유지하려는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끝으로 미중 분쟁을 개방형 중견 통상국가로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을 제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미중 무역 분쟁이 겉으로는 관세전쟁의 형식을 띠지만, 본질은 양국의 장기 전략 충돌로 풀이되는 세계 통상질서 재편의 서막이라 할 수 있다. 이에 WTO 체제 개혁 논의, 주요 20개국(G20) 등 다자 협력체제에서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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