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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신남방외교 /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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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10 19:18:51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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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부산은 아세안 10개국 지도자를 맞는 중요한 외교행사를 앞두고 있다.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우리나라와 아세안 국가 정상 간 대화의 장이 부산에 마련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사람과 평화 그리고 상생번영의 가치를 바탕으로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신남방정책을 천명하였다. 이러한 의지에 기초하여 정부는 외교 인프라를 정비하는 한편 아세안과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에 부산에서 개최되는 대화는 신남방정책의 내용을 심화하고 미래를 향한 방향성을 설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1989년 아세안과 대화상대국 관계를 정립한 이래 2009년에는 자유무역협정을 완결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는 등 호혜적인 노력을 거듭해 왔다. 이어 5년 전 부산에서 이루어진 제2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신뢰와 행복의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아세안과의 관계를 외교적 수사나 혹은 아세안이 두 번째 규모의 수출 대상 지역이라는 외형적인 지표로 설명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방식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에는 아세안 국가의 유학생이 넘쳐나고 있다. 아세안 출신 근로자의 산업 참여도 활발하여 이들이 우리의 경제 운영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만만치 않다. 우리 입장에서도 경제활동은 물론 일상을 영위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공간적 대상으로 아세안을 바라보기 시작한 지 오래다. 경제계의 기대와 열망은 더욱 현실적이고 절실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고 국가주의의 대두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는 국제 정세가 눈앞에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기술발전과 국가 간 장벽의 완화를 배경으로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어온 세계화 현상이 역주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각국은 국경을 초월한 분업과 협업을 통해 경쟁력 제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세안은 지리적으로나 산업구조 측면에서 더할 나위 없는 파트너이다. 상호보완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두 지역을 포괄하는 가치 생태계(value chains)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경제계의 여망이다.

아세안의 발전과 진화는 눈여겨볼 만하다. 정치적, 경제적 블록화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도 아세안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애초 아세안은 베트남 전쟁과 공산주의의 확산이라는 혼란스러운 정세에 대응하여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그리고 싱가포르가 결집한 소규모의 협의체로 출발하였다. 이후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가 차례로 가입하면서 규모 있는 지역협력체로 발전해 왔다. 1997년부터는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과 개별정상회의를 개최해오고 있으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통해 정치, 경제, 국제안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세계 주요 국가와의 대화에서도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또 아세안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여 회원국 상호의 경제적 결속을 다지고 궁극적으로 아세안 공동체(ASEAN Community)를 성취한다는 야심 찬 구상을 진행하고 있다.
2009년 우리와 아세안은 대화관계 수립 20주년을 기념하여 제주도에서 특별정상회의를 시작했으며 이 회의는 5년 단위로 개최되고 있다. 지난 회의에 이어 이번에 제3차 회의를 부산이 주관하게 된 것이다. 산업화 초기에 교류의 물꼬를 텄으며 근래에도 지역 중견기업들이 아세안 지역에 활발히 진출해온 이력에 비추어 부산이 아세안과의 관계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떠맡게 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이번 회의를 통해 부산은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유산을 축적해야 한다. 제2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아세안문화원이라고 하는 상징적인 시설물의 건립을 가져왔다. 여기에 더하여 아세안과의 관계 발전이라고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뒷받침하는 실질적이고 지속성 있는 구상을 내보일 중요한 계기가 앞에 놓여 있다. 앞으로도 이어질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부산에 항구적으로 정착시키고 아울러 정부와 민간이 함께 아세안과의 관계 발전을 논의할 상설 회의체를 만들어 운영하는 적극적인 대처를 기대해본다.

전 부산시 국제관계대사·전 주요르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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