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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국민소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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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특징 중 하나로 오스트라시즘(ostracism) 즉 ‘도편추방제’가 꼽힌다. 국가에 해를 끼치고 민주주의 체제에 위협이 되는 인물 등을 비밀투표로 국외 추방하는 것이다. 그리스어로 ‘ostrakon’인 도자기 파편 혹은 조개껍데기에 그 사람의 이름을 적는 방식이라 그런 명칭이 붙었다. 2500여 년 전 아테네 시민들은 자신이 택한 지도자라도 제 구실을 못하거나 민주주의를 부정하면 권좌에서 바로 끌어내리는 권력 견제장치를 뒀던 셈이다.

오늘날 그런 기능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은 국민소환제다. 선출직 공직자를 국민 일정 수의 발의와 투표를 통해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재판이나 탄핵·행정처분에 의한 파면과는 다른 것으로, 선출직에 대해 주권자들이 갖는 통제수단 격이다.

1998년 국내에는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당장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75%에 이르렀다. 그도 그럴 것이 외환위기 여파로 사회 각 분야에서의 고통이 가중되는 데도 불구하고, 국회는 본연의 역할을 하기는커녕 여야 정쟁 놀음에 6개월여 동안이나 파행을 빚었다. 이에 국민적 비난과 질타가 쏟아졌고 ‘뇌사국회, 식물국회, 불임국회, 화석국회, 사오정국회’ 같은 오명이 세인의 입에 오르내렸다.

요즘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라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는 양상이다. 사실 어제오늘 제기된 사안이 아니지만,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그 절실함이 더하다. 두 달이 넘도록 국회 기능이 올스톱 상태이고, 이 때문에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가 될 우려마저 나와서다. 법안 처리율을 보면 고작 28.9%이고, 쌓여 있는 법안이 총 1만4120여 건에 이른다. 헌정사상 최악이란 평가를 받았던 19대 국회 때의 처리율(32.9%)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여야 간 막말과 ‘동물국회’의 몸싸움 등으로 국회윤리특위에 접수된 의원 징계안은 38건으로, 이미 19대 때 수준(39건)과 맞먹는다. 그러니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및 무노동 무임금 등에 찬성하고, 소환제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 명을 넘어선 게 당연하다.
일각에서는 국민이 국회의원을 선출하니 해임권 역시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작금의 상황을 볼 때 설득력이 더 실린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국민소환제 법안이 3건 계류돼 있다. 하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듯, 국회의원들이 과연 이를 통과시킬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년 4월 총선에서 표로 심판하는 게 훨씬 더 빠르지 싶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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