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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축구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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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은 ‘손의 민족’이라 불린다. 한때 줄기세포 연구로 명성을 떨쳤던 황우석 교수의 실험실을 방문한 외국 학자들은 한결같이 연구원들의 손놀림에 감탄했다고 한다. 지름 100㎛(1㎛는 100만분의 1m)에 불과한 난자에 직경 5㎛의 미세침을 꽂아 핵을 빼내는 작업을 능수능란하게 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병아리 감별사의 60%는 한국인으로 추산된다. 병아리 항문 속 돌기를 손으로 찾아내 암수를 구별하는 작업인데 평균 감별시간은 마리당 0.4초. 병아리를 잡자마자 알아내는 경지다.

손을 써서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에서 우리나라는 유독 강하다. 1998년 박세리 이후 22년간 US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한국인 골퍼는 9명이나 된다. 미국보다 많다. 골프 이전에 이미 신의 영역에 들어갔다는 양궁이 있고 ‘우생순’ 신화를 만들었던 핸드볼, 한때 중국과 쌍벽을 이뤘던 탁구가 있다. 작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컬링도 따지고 보면 손으로 하는 운동이다. 다른 민족에 비해 손이 작고, 젓가락 문화 덕분에 후천적으로 손의 근육과 감각이 발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이 4강 신화를 일구긴 했지만 그때까지도 우리에게 축구 DNA는 별로 없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이 했다. 홈 어드밴티지에다 붉은 악마의 열성적인 응원에 힘입은 특유의 악바리 근성이 반짝 성적의 동력이었다는 인식이다. 육상 단거리 100m 종목에선 우승은커녕 결승에 오르기만 해도 뉴스가 될 정도로 발로 하는 스포츠에 유독 약하다는 선입견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20세 이하(U-20) 남자 월드컵 경기는 그런 고정관념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어린 선수들은 선배들의 투지와 근성에다 남다른 기량까지 아낌없이 보여줬다. 특히 이강인 선수가 선보인 ‘택배 패스’나 서너 명에 둘러싸여도 공을 뺏기지 않는 능력은 외국인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 충격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한민족의 피 속엔 옛날부터 축구 DNA가 흐르고 있었다. ‘삼국유사’를 보면 김유신이 김춘추와 축국을 하다 일부러 옷끈을 밟아 떨어뜨리고는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여동생 문희에게 바느질을 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그 축국이 지금으로 치면 축구다. ‘당서(唐書)’에는 고구려 사람들이 축국을 잘한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그런 민족에게 축구 DNA가 없다고 예단했던 게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이강인의 골든볼 수상은 그 DNA를 전 세계에 확인시켜준 것이기도 하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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