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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건강보험 하나로’와 문재인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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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11 19:51:20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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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이 의료보험증을 갖게 된 때는 1989년 7월이었다. 그러니 올해 7월은 ‘전 국민 의료보장 30년’이 되는 달이다. 그런데 법정 의료보험제도가 처음 실시된 때는 1977년 7월이다. 이때부터 계산하면 올해 7월은 42주년이 된다. 그렇다. 법정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한 지 42돌을 맞았다. 1977년 당시 500인 이상을 고용한 사업장과 공업단지 내 사업장에 직장의료보험조합 521개가 설립됐고, 310만 명을 포괄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8.8%였다.
그림 서상균
1979년 1월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됐고, 7월엔 직장의료보험의 적용 대상이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당시 전체 인구의 80%는 의료보험증이 없었다. 1988년 1월 138개의 농어촌 지역의료보험조합을 통해 826만 명의 농어촌 주민이 의료보험증을 갖게 됐다. 1989년 7월 117개의 도시 지역의료보험조합이 설립됐고, 1100만 명의 도시 주민에게 의료보험이 적용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법정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한 지 12년 만에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열었다.

이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420개가 넘는 의료보험조합이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된 탓에 조합주의 의료보험제도는 두 가지의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소규모 의료보험조합이 난립해 관리 운영의 효율성이 낮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의료보험조합들 간 재정 격차로 국가 차원에서 설정한 보장성 수준이 40%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공적 단일보험자를 만들자는 의료보험 통합 운동이 10년에 걸쳐 전개됐고,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오랜 입법 과정을 거쳐 2000년 7월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한 ‘국민건강보험 시대’가 열렸다.

통합의 효과는 엄청났다. 관리 운영의 효율성 향상뿐만 아니라 보장성도 크게 높아졌다. 1997년 48%였던 보장성 수준이 2004년 61.3%, 2007년 65%로 높아졌다. 10년 만에 17%포인트나 상승했다. 이후 보수정부에서 63% 수준으로 후퇴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4대 중증질환 중심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제자리를 맴돌았다. ‘비급여’의 비중이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장성이 낮으면 국민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다. 현재 가구당 평균 건강보험료는 11만 원인데, 민간의료보험에는 30만 원(가구당 평균 5개 가입)을 낸다. 정상이 아니다. 그래서 OECD 평균 수준의 보장성(80%)을 달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시민사회에 형성됐다.

2010년 7월 17일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건강보험 하나로)가 출범했다. 당시 ‘건강보험 하나로’는 국민 모두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비급여의 급여화’와 함께 ‘연간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를 제시했고, 재원 조달을 위해 건강보험료 더 내기 운동을 벌였다. 건강보험료의 30%를 더 내면 OECD 평균 수준의 보장성에 도달하므로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고, 결국 실손 민간의료보험이 필요 없는 복지국가 의료보장제도를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이 운동의 취지는 국민 속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2017년 8월 9일 ‘문재인 케어’가 발표됐다. 63%인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2022년까지 70%로 높이겠다는 게 문재인 케어의 목표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제도의 보장성 향상과 함께 재정적 지속 가능성도 높여야 한다. 2025년이면 노인인구 20%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생산연령 인구가 내년부터 매년 평균 30만 명 줄어들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할 수준에 도달해야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재정적 지속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다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문재인 케어는 이를 위한 전략으로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적 급여화’를 채택했다. 의학적 필요와 가치가 있는 의료서비스 중 국민건강보험이 혜택을 주지 않던 항목들(비급여)을 모두 건강보험의 급여로 포괄(급여화)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의료비의 17%는 비급여, 나머지 83%는 급여 영역에서 발생한다.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 영역에서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대부분을 급여화한다. 역대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조금씩 추진했고, 풍선효과 탓에 비급여의 비중이 전혀 줄지 않았다. 그래서 문재인 케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전면적 급여화 전략’을 채택했고, 실제로 비급여 영역이 급속하게 줄고 있다. 선택진료비 폐지, 간병과 상급 병실의 건강보험 적용, MRI와 초음파 등 고가 진단검사와 항암제 등 중증질환 치료제의 급여화가 계속 추진되고 있다. 문재인 케어 덕분에 중증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2분의 1에서 4분의 1까지 줄었고, 상급종합병원의 보장성이 2016년 63.4%에서 2018년 68.8%까지 높아졌다. 또 문재인 케어는 노인 아동 여성 등 취약 인구의 보장성을 확충했고, 저소득층을 위해 연간 본인부담 상한제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대폭 강화했다.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가 의료 전달체계를 붕괴시킨다고 비판한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그것인데, 일정 부분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경제적 장벽으로 중·저소득 계층의 대형병원 이용을 가로막던 기존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도덕적으로나 보편적 의료보장의 원리에서 볼 때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법은 의료 전달체계의 확립을 위해 각급 의료기관이 자신의 고유한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의 대타협을 이뤄내는 것이다. 또 비급여의 급여화와 의료 전달체계의 확립이 성공하려면 의료수가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원가보다 높은 비급여 관행수가는 급여화 과정에서 낮추고, 건강보험 의료수가는 원가를 충분히 보상토록 하고,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에 기여하도록 비용의 가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OECD 평균의 배를 넘는 외래방문과 입원일수를 대폭 줄이도록, 의료 제공체계의 효율적 작동이 가능하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국민의료비의 적정 관리를 통한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민·의료계·정부 간 대타협이 절실하며, 지금 그만큼 정치의 역할이 중요한 때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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