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대학생을 만나고 있다. 모두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무언가를 위해서 노력하고자 한 발걸음 내딛고 있는 학생들이다. 내가 저 나이 때에 그렇게 고민을 많이 했었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진로를 갑자기 바꾸었던 대학 4학년 시절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앞날에 대한 고민이나 걱정을 별로 하지 않았던 나의 대학교 시절에 딱 하나 좋아했던 활동이 있었다. 그 활동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분야로 직업을 바꾸는 전환점을 만들어주었는데, 그것은 바로 청소년들과의 멘토링 활동이었다. 입학식과 종업식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였고, 더 나아가 강연행사와 청소년축제를 기획하였다. 아무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맨땅에 헤딩’해가며 그때는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했었다. 내 스스로 나의 삶을 일구어 가고 내 손으로 제어한다는 그런 즐거움은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고, 지금도 여전히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문득 몇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는 본인의 삶을 스스로 기획하고 제어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누군가의 틀에 맞추려 우리 스스로를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누구보다 자유로워야 할 청소년 시기와 도전적이고 열정적이어야 할 청년 시기를 누군가가 정해놓은 굴레 속에서 주도권 없이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성장의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주체가 자신임을 정확하게 자각하고, 그 통제권이 스스로에게 있음을 확신할 수 있는 경험이야말로 ‘나’라는 사람이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수능과 취업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자존감’이 무엇이고, ‘열정’이 무엇인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꿈을 가져보고 싶지만 현실의 벽 앞에 주저앉게 된다. 통제할 수 없다는 무기력과 패배감에 의욕은 점점 사라져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르든 늦든 나이에 상관없이 도전하고 꿈꾸며 나만의 삶을 살아보겠다는 많은 청(소)년이 있다. 내가 바라는 삶에 대한 이상을 가지고 멀리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차근차근 보낸다. 그런 삶은 통제권을 가진 충만한 내적 에너지와 현실의 부담을 느끼는 외적 에너지의 합으로 이루어진다. 때로는 그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기도 한다. 그런 균형과 불균형의 과정을 반복하며 우리가 흔히 꿈이라 지칭하는 추상적인 무언가에 가까이 가게 된다.

학생들의 모습도 대비된다. 한 친구는 주도적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반면, 한 친구는 아직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하거나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무엇이 두 학생의 차이를 만들었을까. 사람은 겪어 온 경험의 총체적인 결과로 현재의 상태를 나타낸다. 때로 이행해야 할 발달과정 속에서 또는 성장해야 할 자아가 부적절한 경험으로 인해 그대로 멈추어버린다. 더 자라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더 많은 것을 도전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것인가에 대한 차이가 생긴다. 걱정과 고민만 하다가 세월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고민은 하되 도전을 멈추지는 않아야 한다는 것이 앞서 이야기한 학생들의 차이점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은 경험의 부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우리의 삶에는 꾸준히 나의 성장을 위한 또는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나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며 잘할 수 있는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방법 또한 한순간에 찾을 수 없다. 우리는 계속 도전해야 하고 시도해야한다. 외부의 시선으로 향한 경로를 다시 나에게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의 삶을 충분히 토해낼 수 있는 공간과 사람이 필요하다. 혼자의 공간이기도 하고 함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우리는 아직 다 자라지 못하고 일어나지 못하는 어린 자아를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진로의 문제는 결국 삶의 문제이다. 단순한 직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해해야한다.

진로상담문화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