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1.75%에서 0.25%포인트 인하했다. 2016년 6월 이후 3년1개월 만의 인하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지 8개월 만에 인하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 당초 한은의 금리 인하 시기는 다음 달 말이 유력했으나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이를 앞당겼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또한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의 예상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경제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이 이처럼 금리 인하를 서두른 것에서 보듯 우리 경제 전망은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갈수록 암울해지고 있다. 수출·투자·내수 부진은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고용 회복도 더디기만 하다. 여기에다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달 말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작용했다. 더 늦기 전에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불가피한 상황이 온 셈이다.

물론 기준금리 인하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8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실물경기 회복세가 미약하고, 정부의 주택가격 안정 정책 의지가 강한 점이 금리 인하 단행에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가 주문한 것처럼 정부가 금융 안정에 지속적으로 노력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문제는 금리 인하가 의도대로 경기 부양 효과를 낼 것인지이다. 금리가 낮아진다고 해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지 여전히 의문인 것이다. 우리 기업이 현재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자금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수요 부진과 불확실한 외부 요인이 더 크다. 이 총재 또한 금리 인하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경제체질 개선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