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에는 자동차가, 20세기에는 인터넷이 있다면 21세기에는 블록체인이 있다.”

‘블록체인 혁명’의 저자 돈 댑스콧의 이야기이다. ‘다보스 포럼’이라고 불리는 세계경제포럼은 3년 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처음 쓰기 시작한 곳이다. 세계경제포럼은 초연결과 초지능으로 정의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블록체인’을 지목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6년 뒤인 2025년에는 전 세계 총생산(GDP)의 10%가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4년간 전 세계 블록체인 산업 성장률은 매년 평균 80%, 국내에서는 ‘정부 규제가 없으면’ 5년 내 17만 5000개의 관련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보고서도 있다. 대한민국 전역이 아닌 특정지역을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할 경우의 경제적 효과분석도 있다. 제주연구원이 제주도를 대상으로 추정한 보고서는 생산유발효과가 특구 내 연간 최대 2800억 원, 고용 유발 효과는 연간 3900여 명에서 최대 71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지역특구법’에 따라 부산을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다. 부산지역에서는 한시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규제 없이’ ‘예산지원을 받으며’ 마음대로 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부산이 블록체인에 기반한 도시가 된다는 것은 지역에 디지털 경제생태계가 만들어지고 항만물류, 관광, 재난안전 등에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확대된다는 의미이다. 

부산이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규제 제약 없이 블록체인과 관련한 신기술을 개발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반도 확실히 마련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4일 부산 해운대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시장·도지사 간담회에서 “블록체인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실증하면,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데 세계에서 가장 앞서게 될 것”이라고 블록체인 특구 부산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기존 지역 금융인프라와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된 7곳의 규제자유특구는 부산 외에도 ▷강원 디지털 헬스케어 ▷대구 스마트 웰니스 ▷전남 e모빌리티 ▷충북 스마트 안전 ▷경북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세종 자율주행 등이다.

블록체인은 간단히 말하면 ‘분산형 저장기술’이다. 블록체인의 중요한 기술적 특성은 신뢰성과 투명성이다. 한우나 생선, 와인 등 식·음료품들은 원산지는 어디인지, 서류상 등급은 믿을 수 있는지, 언제 생산된 것인지가 늘 문제였다. 이 같은 식·음료품들의 유통시스템이 블록체인과 결합하면 누구나 쉽게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고 누구도 중간에서 허위로 정보를 바꿔치기할 수도 없다. 그래서 블록체인은 특히 금융, 유통물류,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활용도가 높고 심지어는 에스토니아처럼 블록체인 기반으로 투표를 하는 국가도 있다. 

블록체인기술은 그 자체로서도 산업적 가능성이 크지만 과거의 인터넷처럼 기반기술로서 모든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더욱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의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는  ‘금융·관광·물류’ 중심으로 지역화폐를 활용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국내에서 지역화폐는 12개 지방자치단체에서 60종 정도가 발행되고 있는데 부산시는 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하게된다. 규제자유특구에 참여한 기업들은 ‘지역화폐’를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그럴 경우 부산시민이 쓴 돈은 지역에서 순환하게돼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고 각종 복지사업에서의 지원금 등의 사용실태도 부정수급 없이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다.

산업화시기 부산은 한국 경제성장의 견인차였다. 그러나 그 뒤 대기업들이 지역정치인들의 무관심 속에 서울로 떠나면서 부산은 쇠락을 거듭해왔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지난해에만 7만 명 이상이 부산을 떠났다. 그래서 제주도와 치열한 경합 끝에 유치에 성공한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는 그런 면에서 부산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모든 경제정책은 동시에 정치적 결정이기도 하다. 김대중 정부 시기의 삼성자동차 부산 유치, 노무현 정부 시기의 한국 증권거래소 본사 이전 및 문현금융단지 조성, 금융 및 영상관련 공공기관 이전, 북항 재개발사업 등도 마찬가지이다. 부산이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가 되었다는 것은 말뿐인 ‘해양수도 부산’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4차 산업혁명 시기 디지털 경제수도 부산’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청년이 찾아오는 희망의 도시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