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꼭 하는 말이 있다.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내외적 상황이 정말 어렵다. 정말 모두들 힘을 합쳐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 힘든 고비를 넘기면 우리에게는 탄탄대로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재료공학에서는 이와 비슷한 중요한 현상이 있다. 바로 상변태(phase transformation)이다.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만, 주변에서 흔히 보는 현상이기도 하다. 가장 쉬운 예는 겨울철 영하의 날씨에 강물이 얼거나, 냉동실에서 물이 어는 현상이다. 어는 현상은 물(액체)이 얼음(고체)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재료공학에선 액체를 액상, 고체를 고상이라고 얘기하고 얼음이 얼 때 우린 액상(Liquid)에서 고상(Solid)으로 바뀌는 상변태라고 한다. 상변태는 물(액상)이 끓어 수증기(기상)가 될 때, 수증기가 다시 물(비)이 될 때, 지글지글 삼겹살 기름이 굳어져 고체 비곗덩어리가 될 때 등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재료공학에서 상변태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특히 용광로에서 철을 만들거나, 요즘 가장 중요한 소재인 반도체 실리콘 단결정을 만들 때 등 원소재를 고순도화시키거나, 중간재를 만들 때 핵심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모든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은 바로 상변태이고, 이를 완전히 이해해야 재료의 품질을 결정할 수 있다.

액상에서 고상으로 변화하는 응고 시 상변태 현상은 열역학법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어떤 물질이 용융(액상)상태에서 응고과정을 시작한다면 응고 온도, 즉 액상이 고상으로 변화하는 온도에서는 액상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던 원자들이 고체의 안정한 결정구조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때 액상→고상 상변태는 액상 내부에서 고체입자가 생기면서 전체 계의 에너지를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반면에 고체가 생기면서 형성되는 새로운 고체표면(계면)은 계의 에너지를 높게 만든다.

고체형성에 의한 에너지 낮춤과 계면생성에 따를 에너지 높임이 합쳐져서 상변태식이 완성된다. 복잡한 수식이 있지만, 이 식을 그래프로 나타내 보면 액상→고상 상변태에 작은 언덕(고비)이 생기게 된다. 이 언덕을 우리는 임계에너지장벽(critical energy barrier)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만약 상변태 시 이 임계 에너지를 넘지 못하면 고상 핵성장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소멸(상변태 실패)하게 되고, 이 에너지 장벽을 넘어야 안정한 상변태를 지속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재료가 새로운 변화(상변태)를 할 때 반드시 변화에 저항하는 에너지 항(응고시에는 계면에너지 항), 즉 상변태를 반대하는 인자를 극복해야 지속적으로 변태가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응고 상변태에선 큰 온도 차(과냉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핵반경을 온도 항과의 관계로 표현하면 과냉도가 포함된다. 다만 과냉도가 클 경우에 상변태에는 유리하지만, 재료의 강도가 너무 강하게 되어 취한 성질(brittle)을 가져 쉽게 깨지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따라서 상변태 과정에서 적절한 온도 구배를 주어 자신이 원하는 특성을 얻도록 주변 여건(과냉도) 제어를 아주 정밀하게 해야 한다. 요즘 우리 주변 상황이 너무나도 정신없이 흘러간다. 정치적으로는 좌와 우의 심한 갈등, 남과 북의 핵폐기와 평화공존을 위한 긴장감, 일본과의 경제전쟁과 미국-중국의 패권다툼, 4차 산업혁명과 우리 삶의 변화 등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다. 이런 혼동이 다 해결돼 우리 사회가 평안한 안정사회가 될지 의구심마저 들 정도이다. 그러나 재료공학의 상변태 현상에서와 같이 주변 변화가 일어나면 상변태가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변화는 사회 현상적으로 시대변화에 따른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상변태 현상이 결국은 에너지상태로 찾아가는 자연의 법칙이기 때문이기에 요즘 시끄러운 사회 현상들도 결국은 가장 안정적인 사회로 변화할 것이다. 다만 너무 빠른 상변태가 재료의 성질을 오히려 나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상변태의 속도 조절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