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산과 인천 등 주요 항구도시를 항만대기질관리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어제 이런 내용을 담은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안을 마련해 내달 30일까지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각계 의견수렴을 거친 뒤 관련 법령은 2020년 1월 1월부터 시행된다. 항만 주변의 대기질 악화가 도심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는 만큼 이 같은 조치는 진작 이뤄졌어야 했다.

이번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는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큰 선박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0.1%로 규정한 것이 우선 눈에 띈다. 저속운항해역 내 선박의 속도 기준을 12노트 이하 범위로 제한한 것 역시 과속 때 발생하는 각종 오염원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해수부는 법령이 강화되면 오는 2022년에는 전국 항만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1만6000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6년 배출됐던 3만4260ｔ보다 절반 이상 적은 수치다.

그러나 더 의미 있는 것은 법령에 따라 항만지역의 대기오염을 근원적으로 규제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부산은 우리나라 최고의 항만도시라는 위상을 유지해왔지만 동시에 각종 선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인해 큰 고통을 겪어 왔다. 컨테이너선 1척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트럭 50만 대의 배출량과 맞먹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따라서 부산으로서는 이번 조치가 시행됨으로써 항만대기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1년가량 유예기간이 남았다고 하나 새 법령 시행으로 선사들의 고민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고유황유에서 저유황유로 선박유 교체, 친환경 엔진 장착 등 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등은 이런 점을 고려해 선사들과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등 법령 시행 때까지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항만 대기질 개선은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