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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꿰어야 보배다 /오광수

‘보행친화 도시’ 기획 종결…격려 잇고 쓴소리도 들어

콘텐츠 강화 등 성과 많아, 일제 관련 유산도 보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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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기세가 꺾일 무렵 이기대를 찾았다. 서울에서 부산에 온 친척에게 갈맷길 명소 중 한 곳에 데려가고 싶었던 까닭이다. 이기대는 해운대 일대를 조망하며 걷는 해안산책로가 일품이다. 그런데 어울마당에서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영화 ‘해운대’ 촬영 장소 안내판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광안대교 야경을 배경으로 담고 배우 이민기 강예원이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을 담았던 사진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관리에 신경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긴 도심 보행길에서 아쉬운 대목이 어디 이것뿐이랴. 이는 도심 이야기 길 곳곳을 취재하던 중 자주 접했던 것이기도 하다. 올 초부터 8개월간 연재된 기획물 ‘부산을 보행친화도시로’가 지난 23일 자(6면)로 막을 내렸다. 이 기획물은 16개 구·군 곳곳의 도심 보행길에 스토리텔링을 입힌 것이다. 총 30회에 걸쳐 소개한 도심 보행길 코스는 짧게는 4㎞, 길게는 18㎞ 정도 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코스별 전체를 걷는 게 원칙. 상대적으로 긴 코스는 한정된 지면 탓에 빠르게 이야기를 엮다 보니 ‘순간이동을 하는 듯하다’ ‘코스 길이를 줄여서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달라’는 등 독자들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국제신문 독자권익위원인 정익진 시인은 기획물 ‘부산을 보행친화도시로’를 보면서 “구석구석 땀이 밴 기사였다. 대동여지도가 떠올랐다.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로 착각할 정도”라고 과분한 점수를 매겨줬다. 그는 “두 번째 연재(지난 1월 4일 자 4면 보도)에서 ‘하야리아 미군부대(시민공원)’로 알려진 ‘하야리아’는 원래 인디언 말이고 ‘아름다운 초원’이란 뜻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고백’했다. 이는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기획물을 연재하는 사이 의미 있는 변화도 꽤 생겼다. 기장 오감도(道) 두 번째 이야기(지난 2월 8일 자 6면 보도)에서 시랑대 쉼터를 연결하는 덱이 안전 문제 등으로 통제돼 아쉬웠던 적이 있다. 이에 기장군은 지난 3월 시랑대에 안전 덱과 난간을 놓고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진입로에 몰려도 지반이 하중을 견딜 수 있게 새 도로를 내 안전성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랑대로 가는 오솔길 대신 주변 군부대의 출입문을 개방해 관광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니 기대가 크다. 또 서구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공동묘지 위에 세워진 ‘비석문화마을’(지난 3월 29일 자 6면 보도)의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려 마을 골목길 바닥과 축대, 벽 등지에 남아 있는 비석의 전수조사에 나선다. 비석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으나, 비석을 편리하게 찾게 도와주는 휴대용 지도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던 터였다. 서구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비교적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수영구 좌수영성지(지난 3월 15일 자 6면 보도)는 지난 4월 ‘2019년도 상반기 도시 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됐다. 문화재보호구역 지정 탓에 개발에서 소외된 좌수영성지 일대에 대해 유무형 역사적 자산을 활용해 재생하게 되는 길이 열렸다. 총사업비 1135억 원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마을카페 어울부엌 어울공방 어울가게 등 공공서비스 시설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좌수영성의 콘텐츠를 활용한 관광정보 애플리케이션(앱) 제작, 스토리텔링 루트 조성 등도 추진한다.

연재물을 취재하면서 실감한 대목이 있다. 부산 곳곳에 녹아 있는 한일 관계사다. 동삼동패총은 신석기시대 우리나라 남해안과 일본 규슈 간 교류 역사를 증언한다. 200년 넘게 한일 문화교류에 다리를 놓은 조선통신사의 출발지인 영가대, 임진왜란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동래읍성과 좌수영성, 다대포성 그리고 구포왜성과 증산왜성…. 부산항(북항)과 용두산공원은 또 어떤가. 일제강점기에 부관연락선이 오갔고 ‘조선 속의 작은 일본’으로 불리던 초량왜관이 1678년부터 1876년 근대 부산항 개항까지 존속했다. 일제와 연관된 근대문화유산은 더 많다. 물론 보존 가치가 큰데도 사라진 게 훨씬 많지만…. 우리나라 근대 개항의 출발점인 부산은 일본과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다. 인정하기 싫더라도 일제강점기 식민지적 근대 특징이 집약된 도시가 바로 부산이다.

그래서 이참에 부산의 근대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존하고 가꾸기 위한 체계적인 틀을 마련했으면 한다. 그 시작은 강서구 대저동 일대를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지정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일본식 가옥들. 하지만 이 중 근대건조물로 지정된 것은 두 곳뿐이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산판 문화유산국민신탁’도 괜찮다. 그렇지 않으면 피란수도 시절 국회의사당(무덕관, 1926년 건립), 1900년 이후 함경도에서 배로 명태 등을 싣고 와서 보관하던 최초의 물류창고이던 남선창고, 르네상스식 옛 부산세관 청사 등의 사례들처럼 아무렇지 않게 헐리고 말 것이다.

편집국 부국장 inm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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