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국회에서 열리기로 했던 여야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돌연 무산됐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은 어제 오후 정기국회 일정 조정 문제를 논의했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 때 조국 법무부 장관의 참석을 허용할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 까닭이다. 당초 원내대표들은 17~1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시작으로 한 달여 동안 국회를 열기로 했었다. 야야는 조만간 일정을 다시 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사전에 합의된 사안마저 손바닥 뒤집듯 하는 정치권이니 앞으로 제대로 진행될는지 걱정이 앞선다.

이번 국회는 마지막으로 열리는 20대 정기국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그동안 이런 저런 사안을 둘러싸고 벌어진 소모적 정쟁을 지켜보던 국민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여야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진중하게 정기국회에 임해야 할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지금 국회에는 일본의 경제 침략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부품장비특별법을 비롯해 경제활성화 관련법 등 많은 민생법안들이 줄줄이 쌓여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핵심인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 등도 처리가 시급하다. 여야가 당리당략에 몰두해 상호 공세만 일삼을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총선 전 마지막 정기국회인지라 향후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한 여야 간 다툼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것이 국회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해도 괜찮다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여야는 하루 빨리 정기국회 일정을 확정해야 한다. 대정부 질문과 국정감사 등 앞으로 예정된 절차를 고려하면 시간이 턱없이 모자란다. 20대 국회는 출범 이후 법안 처리 비율이 30%가 채 되지 않아 ‘일 안하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놀림까지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수모를 임기 끝까지 겪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