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소파라는 영리기업을 운영하며 온갖 일을 해보고 있는데, 올해 처리해야 할 가장 큰 사안 중 하나가 ‘채용’이었다. 예비사회적기업의 지원사업 덕분에 우리는 본격적으로 극장 소통을 담당할 배급 매니저를 찾기로 했다.

그동안 중간중간 친구들과 같이 일한 적은 있었지만, 낯 모르는 사람을 직원으로 구해서 장기간 함께 한적은 없었다. 즉, 첫 번째 공채인 셈. 꽤나 긴장되고 챙겨야 할 사안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일이었다.

대기업처럼은 못 하더라도 회사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은 준비하자 싶었다. 규정을 포함한 인사관리 내부 시스템을 전면 리뉴얼했다. 회사와 노동자의 삶은 동행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기업의 가치와 업무를 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입사자의 가치관과 방향성도 알 수 있는 쌍방향 커리큘럼을 짰다. 또, 우리는 함께 일할 분을 단순히 수동적인 근로자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비록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내부 청소규정을 같이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그렇게 올해 상반기를 꼬박 보냈다.

약간 흥미로운 것은, 작은 회사를 운영하며 뜻하지 않게 경영자 관리자 실무자 3종 세트를 겸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생기는 미묘한 입장 변화였다. 필자는 사회적으로 줄곧 정규직 채용 및 전환을 외치는 쪽이었지만, 막상 고용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니 두려움이 앞섰다. 정규직 계약은 마치 해본 적 없는 결혼 같았다. 어쩌면 평생을 같이 살 상대를 단 몇 장의 이력서와 몇십 분의 면접으로 정해야 한다니. 우리에게도 입사자에게도 너무나 성급한 매매혼 같이 느껴졌다.

사업가로서의 마음이야 어찌 되었든 열악한 회사 사정으로 우리는 ‘계약만료 후 상용직 전환을 검토하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12개월)’을 구하게 되었다. 막상 구인 공고를 올리고 나니 지원자가 너무 적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되었는데(정말이지, 매일매일 생기는 고용 걱정에 반년이 금방 지나갔다) 마감일까지 총 103명이 서류지원에 응해주었다. 감사하고도 과분한 일이었다.

처음으로 공채 면접을 보는 날. 상대를 꿰뚫어 보는 질문 따위를 오래 고민했지만, 정작 면접 당일에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봉착하고 말았다. 일자리를 위해 자신을 어필하려는 간절함으로 무장한 ‘당신’을 당당하게 마주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서로 별반 다를 것이 없는데, 나는 고용에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정한) 갑이 될 자신이 없었다. 사용자가 될 수 없었다. 나는 그냥 그 면접 시간을 중지시키고, 우릴 이렇게 만든 것은 무엇이냐고 어린아이처럼 떼 쓰고 싶었다. 왜 우리가 이런 얼굴로 만나야만 하느냐며 머릿속이 맑아질 때까지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었다. 이상한 일이지만, 자본사회에서 돈 안 되는 일을 하다 보면 감정이 병적으로 격해지는 때가 있는 것 같다. 나는 면접 내내 이따금 붉어진 눈을 내리깔아야만 했다.

상대도 어린 면접관의 마음을 알아챈 것인지, 아이러니하게도 그날 많은 응원을 받았다. 고용과 무관하게 씨네소파를 오래오래 잘하셨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많이들 해주셨다. 30분 남짓의 만남 동안이라도 좋은 기운을 주고 싶어 우리도 사력을 다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우린 결국 한 명의 공채 입사자를 결정했고 동시에 새로운 꿈이 생겼다. 그 모든 이에게 건강한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 받들어 모실 ‘대의’ 말고 누군가를 먹여 살릴 대의를 만들자고 말이다. 마주했던 그 얼굴들은 모두 나와 우리 구성원이 짊어져야 할 빚이다. 함께하지 못한 이들의 몫까지 그 마음까지 다 안고서 오늘도 정진할 것.

(추신)

언제나 영화보다 기가 막힌 현실 덕분에 이 칼럼은 재미난 글이 되었다. 이건 사실 면접이 끝난 직후 써두었던 글인데, 그때 입사한 분과 3주 만에 헤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개인 사정 때문이었지만 허탈한 마음을 감출 길은 없다. 그간 너무 소진된 탓에 우리는 당분간 배급 매니저를 다시 뽑지는 않기로 했다. 그래도 그때 정진하고자 했던 각오는우리의 변함없는 꿈이다.

씨네소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