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독재에 맞섰던 부산과 창원시민들의 숭고한 정신이 후대에 길이 전해지게 됐다.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부마민주항쟁이 시작된 1979년 10월 16일을 국가기념일로 공식 지정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어 그동안 지자체 차원에서 열렸던 기념행사를 올해부터는 정부 주관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부마민주항쟁은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과 함께 우리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역사적 사건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일 지정은 지역민의 노력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40년 동안 시민들은 이 항쟁의 역사적 가치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일념 아래 줄기찬 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벌어진 100만 명 서명 운동에는 7개월여 만에 수십만 명이 동참하는 성과도 이뤘다. 이런 열망을 받아들인 정부는 지난 7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부마항쟁 국가기념일 지정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부마민주항쟁 진상 규명과 더불어 각종 관련 사업을 내실 있게 추진하는 일이다. 18년간 이어진 군사정권을 종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부마민주항쟁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진척되기는 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대처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 등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 있는 상태다. 희생자 명예회복과 피해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7만 점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보관할 공간과 항쟁의 의미를 기릴 기념시설마저 부족하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와 부산민주공원이 오는 2022년 개관을 목표로 부마민주항쟁특별전시관 건립을 확정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의 기념시설과 창원의 ‘민주주의 전당’ 설립 등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할 사업들이다. 부산과 창원은 국가기념일 지정을 계기로 40년 전 지역에서 울려 퍼졌던 민주주의 정신을 되살리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정부 역시 부마민주항쟁의 대의가 쇠퇴하지 않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