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을 개혁하면서 함께 심급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고등법원 상고심을 도입하면, 화룡정점이 될 것이다. 지방 법조가 살고, 대법원 업무도 경감되며, 사법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9일 부산지방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50대 아들이 노모를 살해하고 자연사를 주장한 사건이다. 국민참여재판은 5인제 7인제 9인제가 있다. 배심원은 9명이었다. 당일 약 140명이 배심원으로 소환되었다. 검사는 목·가슴 피하출혈(멍), DNA, 손수건에 묻은 노모 혈흔을 살인 증거로 제시하였다.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하였다. 지병으로 발생한 멍이며, 혈소판 감소는 치료약 부작용이라고 항변했다. 검사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12시간 공방 끝에 배심원은 만장일치로 유죄로 평결했다. 징역 33년을 양형의견으로 제시하였다. 재판부는 부검 소견, CCTV 생전 모습을 증거로 존속살해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징역 25년을 선고하였다. 검찰은 양형부당, 피고인은 법리오해로 항소했다.

국민참여재판은 형사사건만 재판한다. 집중심리재판이다. 검찰은 20배 노력이 든다. 업무 과중, 영상 PPT 제작 시간, 양형 불만을 경험한다. 피고인은 배심원 설득, 변론 시간 부족, 높은 형량을 체험한다. 재판부도 하루에 끝내려면,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쟁점과 핵심을 강조하다 보니, 재판진행에 어려움이 많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참여재판 접수 건수와 처리 현황을 보자. 대상사건 143.807건 중 4.0%만 접수되었고, 2.267건이 진행되었다. 대상사건 기준으로 불과 1.58%다. 2012년 제2차 개정으로 대상사건이 4배로 늘었지만, 접수·진행 건수는 2배도 못 미친다. 재판부 배제결정도 2008년 28.4%에서 2017년 24.6%로 줄었다. ‘국민참여재판 진행이 적절하지 않음’이 배제결정사유 중 72%이다. 증인이 많고, 쟁점이 복잡하고, 장시간 심리가 예상된다는 이유다.

2019년 국민참여재판 홍보예산은 12억에서 2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고 한다. 2017년 전체 접수 712건, 재판 295건(37.2%), 배제 195건(24.6%), 철회 304건(38.3%), 미제 82건이다. 배제와 철회가 64.9%이다. 철회는 피고인 신청주의 폐해로 ‘재판부 쇼핑’이라는 비판이 있다. 돈도 많이 들고, 노력도 20배 이상 드는 재판을 정비할 때가 되었다. 재판준비, 재판집중, 시간압박, 평결절차, 양형부담, 권고효력, 항소이유서 작성기간 등 문제가 많다. 재판부는 기록도 없이 판결을 선고한다. 그 후 3일 만에 판결문이 나오고, 3일 이내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항소기간이 7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법원 검찰 피고인 변호인 배심원 모두에게 피곤한 형사재판이다.

배심원 선정이 국민참여재판 핵심임에도 실제 출석률은 27.5%에 불과하다. 4명 중 3명이 안 나온다. 중요성을 모르고 있다. 배심원 선정절차도 너무 속성이다. 오전에 진행되는데 몇 가지 질문이 전부다. 느낌·표정·관상으로 판단한다. ‘골라내기 방식’이다. 배심원 선정과정에서 답변·태도가 거칠면, 무기피사유를 들어 배제한다. 그래서 배심원은 주부가 많다. 시간 낭비가 심하다. 심리절차는 강력범죄·혐의부인사건임에도 졸속처리 느낌을 준다. 당일 선고 압박으로 밤늦게 끝난다. 사실상 국민참여재판은 제1심과 제2심이 통합된 재판이다. 시민들이 평결하고, 재판부가 권고를 참고하여 최종 선고한다. 대법원은 “명백하고 새로운 증거가 없는 한 항소심 재판부는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내린 제1심 무죄 평결을 뒤집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라고 판시했다. 시민 참여 재판을 존중하라는 의미다. 그래서 상소특례 신설을 제안한다. 제49조2(상소특례) ‘피고인과 검사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로 선고된 제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정도로 하면 되겠다. 현재 특허소송과 선거소송도 2심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4월까지 국회에 5건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소관위에 접수·계류 중이다. 배심원 구성(대표 발의 백혜련), 법률용어 변경(박광온), 대상사건 단독판사 관할사건 확대(주광덕), 신청주의 삭제·배제사유 제한·7인제와 9인제 평결요건완화(정성호), 9인제 원칙·7인제 예외·5인제 삭제(이재정)이다. 그러나 임기제 배심원 도입과 항소 제한을 담은 개혁적 내용은 없다. 필요적 대상사건 명문화, 평결 귀속력 부여, 쌍방 항소 금지, 상고만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