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하천형 습지인 김해 화포천 습지를 복원하는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해시가 실시계획과 기본설계에 필요한 국비를 신청했으나 한 푼도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체 예상 사업비는 200억 원이다. 국비 확보가 안 되면 올해부터 오는 2024년까지 습지 생태계의 원형을 되찾으려던 계획은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 정부의 화포천 습지 복원 의지가 의심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화포천의 국가하천 승격을 최종 확정지었다. 2년 전엔 습지 구간을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도 지정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김해 진례면에서 한림면까지 이어지는 13.8㎞ 하천과 그 일대 습지의 보전 관리 필요성을 국가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습지 복원 사업비는 물론이고 선결과제인 사유지 매입 예산도 2년간 40억 원 배정하는 데 그쳤다. 전체 매입비 224억 원의 18% 수준이다. 복원은커녕 사유지 매입에만 10년 이상 걸릴 것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건 김해시도 마찬가지다. 현재 시가 하천과 습지 주변에 추진하는 사업 중 굵직한 것만 따져도 사업비가 700억 원에 육박한다. 사유지 매입과 복원 사업 외에 2022년까지 240억 원 규모의 습지보전관리센터 건립도 계획돼 있다. 이 센터는 동아시아와 영남권 생태거점공간이 될 것이라곤 하나 강 건너편에 15억 원을 들여 짓고 있는 생태체험장과의 차별성을 의심받는다. 습지 내 다리와 산책로도 이번 복원 계획을 세우면서 철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단견 행정이 이중삼중의 예산 투입을 부르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국비 배정에 인색한 정부를 탓할 수만은 없다는 말이다.

화포천은 철도와 도로를 끼고 있어 주변에 공단과 축사가 유독 많다. 하천 입장에선 심각한 오염원이다. 습지도 불법 경작 등으로 환경이 훼손되고 내부까지 물길이 미치지 못해 육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김해시는 정부 설득을 위해서라도 계획을 보다 정밀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