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다거북 관련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다친 채 구조되어 완치했거나 인공적으로 번식한 바다거북을 방류하는 행사가 지난 8월 제주도에서 있었다. 방류된 바다거북은 푸른바다거북 5마리, 붉은바다거북 2마리, 매부리바다거북 7마리 등 모두 14마리였다. 우리나라에는 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이 우리 바다에도 서식한다는 국내 과학자의 논문이 최근 국제학술지에 실렸다. 바다거북의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도 가끔 들린다.
바다거북은 원래 열대 아열대 바다에 살지만 먹이를 찾아 난류를 따라 온대 바다로 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찬 바다에는 살지 않는다. 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장수거북이 여름철 제주 주변 바다에서 가뭄에 콩 나듯 발견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바다에는 바다거북이 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발견되는 종류와 숫자가 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우리 주변 바다의 수온이 올라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양한 바다거북이 발견되는데, 그 종류는 얼마나 될까? 바다에는 푸른바다거북(바다거북), 검은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켐프각시바다거북, 올리브각시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흔히 대모라고도 부름), 납작등바다거북, 장수거북 등 모두 8종류가 살고 있다. 해양생물학자에 따라서는 검은바다거북을 별도의 종이 아닌 푸른바다거북의 태평양 개체군으로 판단해 총 7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또 어떤 바다거북은 아종으로 더욱 세분되기도 한다.
바다거북은 참 신기한 동물이다. 바다거북은 알을 낳으러 자기가 태어난 바닷가를 찾아간다. 우리가 명절 때 고향을 찾듯이 말이다. 표지판 하나 없는 망망대해에서 수천 ㎞를 헤엄쳐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오는 능력은 정말 신비롭기까지 하다.
장거리 여행을 마친 어미 푸른바다거북은 바닷가 모래사장에 구덩이를 판다. 이곳에 탁구공처럼 생긴 알 100여 개를 낳고 모래로 잘 덮은 후 바다로 돌아간다. 모래 속에 알을 낳으면 포식자에게 먹힐 확률이 줄어들고, 알이 마르지 않고 적절한 온도에서 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다거북의 알은 약 60일이 지나면 부화한다. 어린이 손보다도 작은 새끼 바다거북들은 모래를 파고 나오자마자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질주한다. 그렇지만 바다까지 가는 길이 순탄하지는 않다. 세상에 나온 새끼 바다거북을 기다리는 것은 가혹한 생존 환경이다. 대부분 새끼는 바다에 도착하기 전에 바닷새나 게, 육상동물에게 먹힌다. 바다에 도달하더라도 큰 물고기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배에서 태어난 100여 마리 중 겨우 한 마리 정도가 살아남는다.
재미있게도 바다거북은 부화할 때 주변 온도에 따라 암수가 결정된다. 알은 온도가 25~33도일 때 부화가 가장 잘된다. 28도인 경우 암수가 같은 비율로 태어난다. 그런데 주변 온도가 28도보다 낮으면 수컷이, 이보다 높으면 암컷이 더 많이 태어난다. 요즘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자, 암컷 바다거북이 더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환경 변화는 성비도 바꾸어 놓는다.
바다거북은 인류가 지구 상에 나타날 꿈을 꾸기도 훨씬 전인 1억5000만 년 전부터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 영겁의 세월 속에 꿋꿋하게 바다를 지켜온 바다거북이 지금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과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CITES)’은 바다거북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바다에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거북의 멸종을 부추긴다.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비닐봉지를 바다거북은 해파리인 줄 알고 먹는다. 죽은 바다거북의 위에서 발견되는 비닐과 플라스틱은 바다 쓰레기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거북은 십장생(十長生) 가운데 하나다. 바다거북의 수명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소 80년, 최대 200~300년은 될 것으로 추산한다. 바다거북은 예로부터 왕성한 생산력을 상징하기도 했다. 어민들은 장수와 다산의 상징인 바다거북이 어쩌다 그물에 걸리면 융숭하게 대접해 용궁으로 다시 돌려보내곤 했다. 지금은 십장생의 명성은 고사하고 제 수명 채우기도 힘들어졌다. 인간으로 말미암아 장수는커녕 오히려 멸종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바다거북은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인다. 바다거북 눈 위에는 짠 바닷물을 마시고 과다한 염분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염분 배출기관이 있다. 이 구멍을 통해 바닷물보다 두 배나 짠 물을 내보내 소금기를 배출한다. 바다거북이 눈물 흘리는 과학적인 설명은 이렇다. 그렇지만 필자의 눈에는 자신이 처한 환경이 안타깝고 슬퍼 흘리는 눈물처럼 보인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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