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어제 “떠나가는 원도심을 돌아오는 원도심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혁신을 통한 원도심 대개조 비전’을 선포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현재 원도심은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도시쇠퇴 정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비전 제시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특히 원도심 쇠퇴는 일제가 부산을 대륙진출의 교두보로 구축하기 위해 수립했던 도시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따라서 원도심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오 시장의 계획은 부산 대개조의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오 시장은 “물길 도심길 하늘길을 만들고, 이음을 통해 부산 대도심권 시민생활축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산·바다·도시를 수평과 수직축으로 서로 연결해 부산 고유의 도심 지형을 살리겠다는 비전 제시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27개 사업도 발표했다. 시는 미 55보급창을 2030 부산월드엑스포 계획부지에 포함시켜 월드엑스포 기념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서면 광무교 일대는 도심 친수공원인 ‘광무 비즈니스 파크’로 조성하기로 했다. 광무교에서 도시철도 2호선 부암역까지 동서고가로를 철거하고 복개도로를 걷어낸 뒤 동천 옛 물길을 복원해 범천 수변공원을 조성한다. 2030년에는 동천에 ‘도심 크루즈선’을 운항하겠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시는 또 중앙대로에서 원도심 산복도로를 단번에 잇는 이른바 ‘수직 이음길’을 6곳(중앙 초량 수정 우암 봉래 남부민) 개설한다. 시는 간선도로와 산복도로, 해변을 바로 잇는 폭 50ｍ의 도로를 개설하겠다는 파격적인 방안도 마련했다. 급경사지역에는 모노레일 등을 대거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시의 계획이 성사되면 원도심에는 사람이 몰려들고 부산의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문제는 모든 일에는 예산이 수반된다는 사실이다. 또 시민 여론이 나뉘면 사업 추진이 어렵다. 그동안 시의 계획이 거대 담론에 그친 게 한두 번이 아니지 않나. 이제부터 시는 예산 확보와 시민 역량을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면 적극 설득하고 지역 국회의원의 힘을 빌리는 데도 게을리하면 안 된다.